유학생 유치·글로벌화로 승부
"금융위기,기후변화 등이 전 세계 정부의 '넘버원'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대학도 예외가 아닙니다. 글로벌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아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언 오코너 호주 그린피스대 총장)
호주 골드코스트 컨벤션센터에서 '아시아태평양국제교육협회(APAIE) 컨퍼런스 2010' 행사가 열린 14일 아시아 · 태평양 유럽 미주 등 4대륙 50여개국의 대학 총장 및 교육계 인사 1000여명이 호주의 대표적 휴양지인 골드코스트에 집결했다. 경제난으로 출장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작년보다 많은 인사가 미디어 파트너인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
◆경제위기로 세계 교육시장도 빨간불
올해 APAIE 컨퍼런스는 금융위기,기후변화,저출산 · 고령화 등 인류에 닥친 위기로 함께 어려움에 처한 고등교육의 탈출구를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두희 APAIE 회장은 이날 "금융위기로 학생들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서 대학들이 학생 수 급감을 우려하고 있는 데다 정부와 기업의 지원금이 줄면서 고등교육의 질적 저하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며 "이번 행사에서 대학의 위기 탈출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교육계가 직면한 위기의 정도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영국정부는 최근 올해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을 작년보다 14% 삭감하겠다고 발표했고,이탈리아도 교육예산의 10%를 줄였다. 스페인 대학들은 난방비와 수도 · 전기세를 줄이기 위해 방학을 연장하기도 했다. 재정 위기에 처한 아일랜드에선 살던 집에서 쫓겨나 자가용에서 기거하며 비스킷으로 끼니를 때우는 '홈리스(Homeless) 대학생'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저출산 · 고령화도 대학엔 위협 요인이다. 러시아의 올해 대학 신입생수는 1980년대의 절반으로 반토막이 났다.
◆"위기 속에 기회 있다"…변신하는 대학
이날 모인 각국 대학 총장들은 "인류가 직면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주체는 교육이며 그 장소는 대학이 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미 글로벌 대학들은 전 세계 다양한 대학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치열한 생존경쟁에 뛰어들었다. 우선 위기 해법을 마련할 우수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국 대학은 외국인 박사급 연구원이 전체(5만여명)의 42%를 차지할 정도로 해외두뇌 유치에 적극적이다. 독일 대학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에게 비싼 학비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아시아의 교육 허브'를 목표로 대학의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다.
대학 자체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려는 발걸음도 빨라졌다. 미국 대학의 해외 캠퍼스는 전 세계 76개에 달하며 호주(15개),영국(11개),인도(10개) 등도 자국 대학 수출에 나서고 있다. 호주 빅토리아주와 인도 카르나타카주는 이달 초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호주 유학생의 약 20%를 차지하는 인도 대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유치해 자국 대학의 수익을 높이고 이들을 호주-인도 간 비즈니스 협력의 첨병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양국은 대학 간 협력을 발판삼아 관광 · 영화 · 항공 · 정보기술(IT) · 미디어 등으로 외연을 넓힌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골드코스트(호주)=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