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화가들의 드로잉과 수채화,과슈(수용성의 아라비아 고무를 섞은 수채물감) 등 종이 작품이 미술시장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14일 미술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근대 유명 작가의 수채화 · 드로잉 등 종이 작품 전시회가 잇달아 열리고,해외에서는 유명 화가들의 종이 작품 전문 경매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피카소나 앙리 마티스의 종이 작품이 100억원대의 고가에 경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박수근과 김환기,이중섭,장욱진 등의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종이작품도 독립 장르=해외 경매시장에서는 유명 작가들의 드로잉이나 수채화,과슈 등 종이 작품이 독립된 장르로 인정받고 있으며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1993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마티스의 과슈 작품이 150억원에 낙찰된 데 이어 2007년 피카소의 수채화가 150억원에 팔려 종이 작품에 대한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또 2007년 11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는 에곤 실레가 종이에 과슈 및 수채물감,크레용 등 혼합 재료로 그린 작품이 120억원에 거래돼 화제를 모았다.

종이 작품 전문 경매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1월 런던 크리스티의 드로잉,수채화 경매 시장에는 440억원이 몰렸다. 지난해 11월의 종이 작품 경매 낙찰액만 93억원에 달했다. 소더비의 드로잉 경매도 평균 20억~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경매시장에서는 드로잉이나 과슈 등의 종이 작품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데다 애호가들 역시 유화 작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박수근의 경우 4호 크기 유화 작품은 점당 10억~15억원을 호가 하지만 종이작품은 점당 1500만~3000만원 선에 거래된다. 국내 종이 작품 중 경매 최고가는 2008년 K옥션에서 2억2000만원에 팔린 김환기 작품이다.

◆종이 작품 전시회=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은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2층 서울옥션 강남점에서 종이 작품 전시회를 개막했다. 2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 제목은 '거장의 시대-박수근,김환기,이중섭,장욱진'.이중섭의 은지화를 비롯해 박수근의 드로잉,김환기의 종이 작품,장욱진의 매직화와 먹화 등 30여점이 걸려 있다. 서울 전시가 끝나면 서울옥션 홍콩법인으로 장소를 옮겨 다음 달 7일부터19일까지 계속 된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미술시장도 '바닥 탈출'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유화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유명 화가들의 종이 작품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