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산업폐기물이 소중한 산업 자산으로 되돌아오게 된 데는 이기강 경기대 신소재공학과 교수(55 · 사진)의 역할이 컸다.

이 교수가 자원재활용 연구에 뛰어든 것은 20년 전인 1990년.막 경기대 교수로 부임한 그에게 한 유연탄 운송업자가 찾아왔다. 저회를 처리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이 교수는 벽돌을 떠올렸다. 벽돌의 주성분은 논농사가 끝난 논바닥에서 긁어낸 흙이다. 석탄회도 이산화규소(실리카)가 풍부하니 이 흙을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저회로 벽돌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연구동 옆에 지어진 6층 건물에는 전량 이 벽돌이 쓰였다.

1990년 중반까지 벽돌 제조에 전념하던 그는 1990년대 말 'EAF 더스트'에 주목했다. 유해 중금속이 20% 이상 포함돼 있고 매년 수십만t이 발생하는 골칫덩이다. 중금속 수만t이면 우리나라 온 국민이 수십 번 사망하고도 남을 양이다. 때문에 전량 녹여서 시멘트로 단단히 처리한 다음 매립하는 등 처리 기법이 엄격하다. 이 교수는 "당시 위험물질인 EAF더스트 성분을 분석한 결과 기막힌 원료로 판명돼 벽돌 제조에 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로 1998년 특허를 받았고 에너지관리공단의 시범사업을 수주했다. 2001년에는 일본으로부터 5m짜리 로터리 킬른(소성로)을 들여와 학교 내 소규모 공장에 설치했다.

이 교수는 "석탄회,제철소 분진,음식 찌꺼기 등 소각된 폐기물은 금속이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한 세라믹"이라며 "폐기물을 바라보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