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최근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 들어간다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이룬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원자력협정 개정의 핵심은 미국이 갖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 권한을 우리 정부가 가져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한 · 미 양국 실무진이 한 · 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를 논의했다"며 "우리 측의 요청대로 미국이 협정 개정 협상에 들어가고 가급적 조기에 개정하자는 데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 · 미 양국은 그동안 한 · 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물밑 작업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이달 중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개정 협상 착수에 뜸을 들이던 미국 측이 협상 개시는 물론 한발 나아가 조기 개정에 대해서까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일단 상당한 진전으로 풀이된다.

이는 미국이 주도한 1차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2012년 2차 핵안보 정상회의를 개최키로 하는 등 한 · 미 양국의 신뢰관계가 공고해지고 있는 분위기와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1차 핵안보 정상회의 기간 한 · 미 양국 실무진이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를 도출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1974년 체결된 한 · 미 원자력협정은 2014년 만료되기 때문에 이전에 연장 또는 개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협정 만료 이전인 2012년까지 개정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등 평화적 핵주권 문제에 대해서도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 · 미 원자력협정은 사용후 핵연료의 형질변경이나 전용은 미국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원자력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사용후 핵연료의 국내저장이 곧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어서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권한 확보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의 원활한 수출과 향후 원전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도 한 · 미 원자력협정의 조기 개정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핵심기술을 이용하는 한국의 원전 수출은 한국과 UAE 모두 미국과 원자력협력협정을 체결하고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