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뉴스] 일본 '수제명품' 미츠오카 車의 '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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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계라도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고 하면 어쩐지 믿음이 갑니다.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사태를 비롯, 제조업계의 급격한 전자동화에 따른 부작용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자동차를 손으로 만든다는 것. 그 풍경이 선뜻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틀림없이 ‘최초의 자동차’는 손에 공구를 들고 철판을 두드려가며 만들었을 텐데요. 자동차 한 대에는 통상 1만5000개에서 3만개 사이의 부품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걸 하나하나 조립하는 것,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일본에서 ‘모노쯔쿠리(物作り)’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물건을 만든다’로 직역되는 이 말은 일본인들의 장인정신을 뜻합니다. 장인(匠人)이라고 하면, 역시 직접 자신의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즉, 일본에서 ‘제대로 된 물건 만들기’란 ‘손으로 만든다’는 얘기와 같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본에서 ‘완성차 업체’로 분류할만한 회사는 9개입니다. 도요타, 닛산, 혼다가 독보적인 ‘3강 체제’를 갖고 있고, 미쯔비시, 마쯔다, 스바루, 스즈키 등은 이보다 조금 뒤쳐져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소형차를 만드는 다이하츠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생소할 수 있는 ‘미츠오카’라는 업체가 가장 언저리에 있습니다.
이들 일본 9개 업체 중에서 미츠오카는 아주 특이한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수공업 방식을 고집한다는 겁니다. 전세계에서 1년에 700만대 안팎을 찍어내는 도요타를 생각하면 ‘일본에서 꼴찌라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1968년 출범한 미츠오카는 사실 자동차 생산업체라기보다는 디자인 능력을 갖춘 자동차 공방을 뜻하는 ‘카로체리아(Carrozzeria)’로 분류됩니다. 닛산이나 스바루 등 타사 완성차의 외관을 복고풍의 분위기로 개조하는 사업이 주력입니다.
‘차 뜯어고쳐 파는 게 대수냐’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카로체리아는 생각처럼 녹록치 않은 세계입니다. 이탈리아의 피닌파리나 같은 경우 고급 스포츠카인 페라리의 대부분의 디자인을 담당합니다. 독일 비에스만, 람보르기니나 벤틀리의 리디자인(redesign)을 도맡고 있는 수퍼제레라 등이 내놓은 차는 수십억대를 호가할 정도입니다. 한국에서는 ‘스피라’를 만드는 어울림모터스 정도를 카로체리아로 볼 수 있겠네요.
일본을 대표하는 카로체리아, 미츠오카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이 회사가 엔진 등 동력계통을 제외한 대부분을 제작한 수제 패션카 ‘오로치(큰뱀)’의 모습을 보면 그 전위적인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외관의 좋고 나쁨이야 극히 주관적이지만, 공장의 프레스라인에서는 결코 찍어낼 수 없는 화려한 곡선들은 ‘수제차’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오로치는 지난 2001년 일본 도쿄모터쇼에 컨셉트카로 등장했습니다. 당시에만 해도 이 ‘말도 안 되는’ 외관의 이 차를 실제로 생산할 계획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차가 생각보다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됩니다. 결국 오로치의 생산을 결정했는데, 양산화에 무려 6년이나 걸렸다고 하네요.
2007년 단 400대만이 한정 생산된 이 차의 가격은 소비세 포함 약 1200만엔, 우리 돈으로 14억원이 넘습니다. 별로 성능이 뛰어난 차가 아님에도 이 정도의 가격표를 붙일 수 있다는 것, 숱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차를 만들어 낸 ‘장인의 자존심’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그러한 장인의 자존심에 ‘빨간 불’이 켜진 듯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미츠오카가 일본 초대형 중고차 유통업체 걸리버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판매망 확대에 나선다고 보도했습니다. 주력 판매차종은 닛산 ‘마치’를 개조한 220만~270만엔대의 소형차 ‘뷰트’입니다만, ‘오로치’ 같은 십수억원 대의 차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하니, 일본 자동차업체의 몇 안 되는 ‘모노쯔쿠리’마저 그 존재의 의미가 희석될까 섣부른 걱정이 듭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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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손으로 만든다는 것. 그 풍경이 선뜻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틀림없이 ‘최초의 자동차’는 손에 공구를 들고 철판을 두드려가며 만들었을 텐데요. 자동차 한 대에는 통상 1만5000개에서 3만개 사이의 부품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걸 하나하나 조립하는 것,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일본에서 ‘모노쯔쿠리(物作り)’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물건을 만든다’로 직역되는 이 말은 일본인들의 장인정신을 뜻합니다. 장인(匠人)이라고 하면, 역시 직접 자신의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즉, 일본에서 ‘제대로 된 물건 만들기’란 ‘손으로 만든다’는 얘기와 같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본에서 ‘완성차 업체’로 분류할만한 회사는 9개입니다. 도요타, 닛산, 혼다가 독보적인 ‘3강 체제’를 갖고 있고, 미쯔비시, 마쯔다, 스바루, 스즈키 등은 이보다 조금 뒤쳐져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소형차를 만드는 다이하츠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생소할 수 있는 ‘미츠오카’라는 업체가 가장 언저리에 있습니다.
이들 일본 9개 업체 중에서 미츠오카는 아주 특이한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수공업 방식을 고집한다는 겁니다. 전세계에서 1년에 700만대 안팎을 찍어내는 도요타를 생각하면 ‘일본에서 꼴찌라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1968년 출범한 미츠오카는 사실 자동차 생산업체라기보다는 디자인 능력을 갖춘 자동차 공방을 뜻하는 ‘카로체리아(Carrozzeria)’로 분류됩니다. 닛산이나 스바루 등 타사 완성차의 외관을 복고풍의 분위기로 개조하는 사업이 주력입니다.
‘차 뜯어고쳐 파는 게 대수냐’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카로체리아는 생각처럼 녹록치 않은 세계입니다. 이탈리아의 피닌파리나 같은 경우 고급 스포츠카인 페라리의 대부분의 디자인을 담당합니다. 독일 비에스만, 람보르기니나 벤틀리의 리디자인(redesign)을 도맡고 있는 수퍼제레라 등이 내놓은 차는 수십억대를 호가할 정도입니다. 한국에서는 ‘스피라’를 만드는 어울림모터스 정도를 카로체리아로 볼 수 있겠네요.
일본을 대표하는 카로체리아, 미츠오카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이 회사가 엔진 등 동력계통을 제외한 대부분을 제작한 수제 패션카 ‘오로치(큰뱀)’의 모습을 보면 그 전위적인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외관의 좋고 나쁨이야 극히 주관적이지만, 공장의 프레스라인에서는 결코 찍어낼 수 없는 화려한 곡선들은 ‘수제차’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오로치는 지난 2001년 일본 도쿄모터쇼에 컨셉트카로 등장했습니다. 당시에만 해도 이 ‘말도 안 되는’ 외관의 이 차를 실제로 생산할 계획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차가 생각보다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됩니다. 결국 오로치의 생산을 결정했는데, 양산화에 무려 6년이나 걸렸다고 하네요.
2007년 단 400대만이 한정 생산된 이 차의 가격은 소비세 포함 약 1200만엔, 우리 돈으로 14억원이 넘습니다. 별로 성능이 뛰어난 차가 아님에도 이 정도의 가격표를 붙일 수 있다는 것, 숱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차를 만들어 낸 ‘장인의 자존심’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그러한 장인의 자존심에 ‘빨간 불’이 켜진 듯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미츠오카가 일본 초대형 중고차 유통업체 걸리버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판매망 확대에 나선다고 보도했습니다. 주력 판매차종은 닛산 ‘마치’를 개조한 220만~270만엔대의 소형차 ‘뷰트’입니다만, ‘오로치’ 같은 십수억원 대의 차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하니, 일본 자동차업체의 몇 안 되는 ‘모노쯔쿠리’마저 그 존재의 의미가 희석될까 섣부른 걱정이 듭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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