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유통 경로가 대형마트 등 실제 매장(오프라인) 위주에서 인터넷 마켓플레이스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지 농협-도도매-왕도매-도매-소비자' 등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쌀 유통 루트도 '산지 농협-도도매-소비자'로 단축되는 양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4일 쌀 도매업계와 e마켓플레이스 등에 따르면 오픈마켓 '11번가'에서 올 1분기 판매된 쌀은 140억원어치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보다 49% 늘어난 것으로,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24배나 증가했다. G마켓에서도 20㎏짜리 1포대 기준으로 작년 판매량이 전년보다 23% 늘어났으며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0%이상 늘었다.

이에 반해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쌀 매출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 1분기 이마트 전국 매장의 쌀 판매량은 45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6% 감소했다. 연도별로도 줄곧 증가세를 보이다 2008년 매출이 2280억원에 달했으나 작년에는 2140억원으로 6.1% 줄어들었다. 20㎏짜리 쌀은 이마트 내 단일 품목 가운데 줄곧 1위를 달려왔으나 지난해 3위로 밀려난 데 이어 올 1분기엔 4위로 한 계단 더 내려갔다.

대형 쌀 도매상에서도 이 같은 온라인화가 나타나고 있다. 20년 동안 산지에서 직접 쌀을 조달해 판매하고 있는 도도매상인 효승유통(고양 일산)은 작년 12월부터 G마켓 11번가 등에 입점,온라인 판매에 나선 결과 인터넷을 통한 판매량이 전체의 30% 선까지 올라섰다. 이 회사 현동만 사장은 "지난달 초 자체 인터넷몰 '다이렉트쌀'(directssal.net)을 열었는데 초기엔 하루 방문자가 50~100명 정도였으나 전날엔 650명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량의 증가로 쌀 유통 단계도 축소되는 상황이다. 현 사장은 "산지 농협에서 쌀을 가져와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다 보니 중간 유통 과정이 생략되면서 20㎏ 포대당 최대 4000원(10% 선) 싸게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공단,창원 등의 중소기업 식당들도 인터넷 고객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인터넷을 통한 쌀 판매량이 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것은 가격이 오프라인보다 싼 것은 물론 온라인몰의 신속한 배송 시스템,품질의 균질성 확보 등이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중량이 많이 나가는 상품인 쌀의 품질이 최근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게 되면서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고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날 '임금님표 이천쌀' 20㎏짜리가 11번가에선 4만8980원(배송비 무료),이마트몰에선 5만3800원(배송비 3000원 별도)에 판매됐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