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근육' 만들 수 있는 DNA기술 개발했다
국내 연구진이 인공근육을 만들 수 있는 DNA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포스텍 포항가속기연구소(소장 이문호)와 한양대 생체인공근육연구단(단장 김선정)은 14일 인공근육을 만드는 데 기본이 되는 '풀러린-DNA 하이브리드 분자기계' 제작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풀러린과 DNA를 결합시켜 산도(pH)를 미세하게 변화시키면 이완과 수축성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이를 근섬유 조직으로 확장시키면 인공근육을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NA 차원에서 분자기계를 줄였다 폈다 하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이를 근섬유 수준으로 확장하면 인공 근육을 개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의 이번 논문은 세계적인 물리화학 학술지인 '저널 오브 피지컬 케미스트리 B'의 4월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연구진은 앞서 풀러린을 DNA와 결합시키면 두 물질의 상호작용으로 DNA가 어느 정도 수축과 이완이 가능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염기성 처리를 하면 풀러린-DNA 결합체가 이완 되고, 산성 처리를 하면 수축 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성과는 이미 작년 3월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의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그러나 이완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쪽짜리 분자기계'였다.

그러나 두 대학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반쪽짜리 분자기계를 보완할 수 있는 DNA를 제작한 뒤 두 개를 결합시켜 완전한 분자기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진경식 포항가속기연구소 박사(34)는 "DNA 분자기계를 지퍼에 비유하면 지퍼를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근육의 이완과 수축 문제로 발생하는 질환을 치료할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나노(10억분의 1)m 수준에서 DNA 분자기계를 줄였다 폈다 하기 때문이다. 노안이나 요실금,녹내장 등 만성 질환은 해당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제대로 안되서 발생한다.

각종 사고로 인해서 소실되거나 파열된 근육 조직을 대체하는 인공근육 조직 개발 가능성도 열린 셈이다. 이와 관련, 한양대 전기제어생체공학부 김선정 교수팀은 탄소나노튜브와 DNA를 결합한 스폰지 형태의 하이드로겔 인공근육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포도당이 분해될 때 생기는 에너지원을 하이드로겔에 주입해 생체 근육 작동 원리를 구현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인공근육뿐 아니라 인공 장기,바이오센서,생체모방 로봇 등 생명공학분야 디바이스의 상용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풀러린=탄소 원자 60개가 모인 축구공 모양 물질로 높은 열과 압력을 견디고 강도가 큰 신소재

●분자기계=생명체가 수행하는 기계적 움직임을 분자 수준에서 구현하기 위해 설계된 분자집합체

●탄소나노튜브=탄소 원자 6개가 모여 '수 나노m~수십 나노m'의 관을 형성하고 있는 신소재로 강도가 크고 전기 · 열전도율이 뛰어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