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농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들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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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마농 레스코' 주역 맡은 박재연씨
"처음 '마농 레스코'를 접했을 땐 같은 여자로서도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돈 많은 늙은 남자에게 가면서도 사랑하는 연인을 놓치지 않으려 하잖아요. 그럼에도 누구나 마농을 미워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도록 표현해야 하니까 난감했죠."
22~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마농 레스코'의 주역을 맡은 소프라노 박재연씨(35).그는 '마농 레스코' 역에 몰입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공연 연습 전 원작 소설을 읽고는 상반된 성격을 지닌 마농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것.
지고지순한 사랑을 믿는 박씨에게 마농은 돈과 사랑을 모두 가지려는 이기적인 여인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1막에서는 아버지의 말을 잘 따르는 풋풋한 소녀,2막에서는 돈 맛을 알게 된 여인 등 전 4막에 걸쳐 계속 달라지는 모습도 보여줘야 했다.
"'마농 레스코' 작곡가인 푸치니의 다른 작품에서는 '미미'와 '무세타'('라보엠'),'투란도트 공주'와 '류'('투란도트')처럼 상반된 성격을 두 여성 캐릭터가 나눠 소화하지만 '마농 레스코'에서는 한 배역이 두 가지를 다 해내야 하니까 쉽지 않았죠."
노래도 부르기 까다로웠다. 푸치니의 선율은 유려하고 아름답지만 조가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연주하기 힘들기로 정평이 나 있다. 여성스러움을 표현할 때는 4분의 3박자,급한 상황에서는 4분의 2박자,결단을 내려야하는 순간에는 4분의 4박자 등 장면에 따라 리듬 변화가 잦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씨는 차츰 '마농'이 돼갔다. 4개월 넘게 연습하면서 마농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베르디 작품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역을 베르디의 고향인 이탈리아 베르디 극장에서 멋지게 해내 기립박수를 받았던 그가 보통 오페라 공연 연습 기간인 1개월보다 몇 배 이상 이 공연에 공을 들인 것.박씨는 "모든 남자가 한눈에 반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마농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얘기할 때 간주곡인 '투옥-르 아브르로 가는 여행'을 빼놓을 수 없다. 경찰에 체포돼 르 아브르 항구로 이송되는 마농의 처지를 그린 이 곡은 현악기의 애절한 솔로 멜로디로 시작해 관현악의 비통한 분위기와 함께 깊은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박씨는 "작품의 전체 스토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눈물나게 아름다운 곡"이라고 설명했다. '마농 레스코'의 간주곡은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 전주곡과 함께 베리즈모(사실주의) 오페라를 대표하는 곡으로 꼽힌다.
18세기 후반 프랑스,미국을 배경으로 한 '마농 레스코'는 돈 때문에 늙은 후견인 제론테와 살게 된 마농이 연인 데 그뤼를 잊지 못해 밀회를 즐기다 제론테에게 들켜 미국으로 추방돼 결국 생을 마감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공연 연출은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장수동 대표가 맡았다. 마농 레스코 역은 박재연씨 외에도 소프라노 김향란,김은주씨가 번갈아 연기한다.
테너 한윤석,최성수,엄성화는 데 그뤼 역에 캐스팅됐다. (02)399-1114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