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통계-경제근간 '흔들'] (下) 주택가격 동향, 중개업소 호가에만 의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下) 민간만 쳐다본다
입주ㆍ분양 물량 추이…현실 제대로 반영 못해
분양 연기해도 실적 잡혀
입주ㆍ분양 물량 추이…현실 제대로 반영 못해
분양 연기해도 실적 잡혀
"국내엔 주택가격 동향에 대한 믿을 만한 정부 통계 자료가 없어요. 그러다보니 신뢰성이 떨어지는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내는 호가 기준 통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정부조차 이를 기반으로 주택 정책을 펴고 있으니 이게 말이 됩니까. "(국내 A대학 부동산학과교수)
공신력 있고 정확한 주택 통계를 파악하는 것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짜는 데 필수적이다. 최근처럼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선 더더욱 그렇다. 부동산 가격 동향은 개인의 자산 변동과 연결되는 만큼 국민 실생활과도 밀접하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이 민감해하는 주택 정책을 펴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관련 통계 자료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주택 관련 통계는 대표적인 국가 통계 부실 사례로 꼽힌다. ◆주택 관련 통계 부실
정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관련 통계는 아파트 실거래 가격지수와 전국의 입주 · 분양 물량 추이,토지가격 추이 등이 있다. 아파트 실거래 가격지수는 국토해양부가 작년 12월부터 발표하고 있다. 불과 석 달 남짓밖에 안 돼 정부 정책에 근거 지표로 사용하기는 힘들다. 가격이 나오지 않는 단지가 많고 부동산 거래 신고는 거래 후 60일 이내에만 하면 돼 시세를 확인하기까지 두 달여의 시차가 존재한다. 참고 자료로만 사용된다는 얘기다.
주택의 공급 상황을 보여주는 입주 · 분양 물량 추이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토해양부가 내는 이 통계는 인 · 허가를 기준으로 작성된다. 건설사가 지자체에 입주자모집승인 신고를 한 뒤 분양을 연기하거나 도산 등으로 분양이 어려워져도 여전히 주택 공급 물량으로 잡힌다.
통계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파견된 담당자가 국토부에서 주택공급 통계 작성 업무를 맡고 있는 사례도 있다.
◆민간 통계에 의존하는 정부
정부는 주택정책을 펴는 데 사용하는 통계 자료를 민간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KB국민은행연구소의 전국주택가격동향이다. 하지만 이 통계는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이 보내오는 호가를 기준으로 작성돼 시장 가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통계는 매달 나오는 반면 거래가 많지 않다보니 호가 기준으로 보내오는 곳이 많다"며 "매수와 매도 호가 중에 평균해 내기 때문에 실거래가와 오차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는 "부동산중개업소들이 거래를 일으키기 위해 호가를 조작하는 사례도 많아 호가를 기준으로 주택 가격 동향을 파악할 경우 왜곡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주택 가격 통계 산출에 관여하는 정부 산하 연구소 관계자도 "일부 부동산정보업체가 내는 통계의 경우 비교 대상의 표본집단이 다르는 등 통계의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하지만 그나마 자료가 가장 빠르고 전국적으로 시세를 내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참고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선진국은 정부 통계가 시장에서 신뢰
미국은 시장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 4개의 주택관련 지수 중 2개를 정부가 산출한다. 상무부 통계국이 1996년부터 내는 신규 단독주택가격지수와 연방주택기업감독청이 1975년부터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단독주택)가 그것이다. 매 분기 발표되는 이들 통계 수치에 따라 증시가 요동칠 정도로 신뢰성은 검증된 상태다.
영국도 부총리실과 왕립토지등기소에서 집계하는 주택가격지수 등이 매월 발표되고 있다. 뉴질랜드 스웨덴 덴마크 등은 통계청이 주택 실거래가와 감정가격,주택재고 수를 가중 평균해 지수를 매월 또는 매분기 시장에 공표하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주택 가격의 실거래가 집계를 시작한 게 2006년부터여서 역사가 4년여 밖에 안 돼 시장에서 신뢰를 확보하기엔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공신력 있고 정확한 주택 통계를 파악하는 것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짜는 데 필수적이다. 최근처럼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선 더더욱 그렇다. 부동산 가격 동향은 개인의 자산 변동과 연결되는 만큼 국민 실생활과도 밀접하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이 민감해하는 주택 정책을 펴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관련 통계 자료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주택 관련 통계는 대표적인 국가 통계 부실 사례로 꼽힌다. ◆주택 관련 통계 부실
정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관련 통계는 아파트 실거래 가격지수와 전국의 입주 · 분양 물량 추이,토지가격 추이 등이 있다. 아파트 실거래 가격지수는 국토해양부가 작년 12월부터 발표하고 있다. 불과 석 달 남짓밖에 안 돼 정부 정책에 근거 지표로 사용하기는 힘들다. 가격이 나오지 않는 단지가 많고 부동산 거래 신고는 거래 후 60일 이내에만 하면 돼 시세를 확인하기까지 두 달여의 시차가 존재한다. 참고 자료로만 사용된다는 얘기다.
주택의 공급 상황을 보여주는 입주 · 분양 물량 추이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토해양부가 내는 이 통계는 인 · 허가를 기준으로 작성된다. 건설사가 지자체에 입주자모집승인 신고를 한 뒤 분양을 연기하거나 도산 등으로 분양이 어려워져도 여전히 주택 공급 물량으로 잡힌다.
통계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파견된 담당자가 국토부에서 주택공급 통계 작성 업무를 맡고 있는 사례도 있다.
◆민간 통계에 의존하는 정부
정부는 주택정책을 펴는 데 사용하는 통계 자료를 민간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KB국민은행연구소의 전국주택가격동향이다. 하지만 이 통계는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이 보내오는 호가를 기준으로 작성돼 시장 가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통계는 매달 나오는 반면 거래가 많지 않다보니 호가 기준으로 보내오는 곳이 많다"며 "매수와 매도 호가 중에 평균해 내기 때문에 실거래가와 오차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는 "부동산중개업소들이 거래를 일으키기 위해 호가를 조작하는 사례도 많아 호가를 기준으로 주택 가격 동향을 파악할 경우 왜곡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주택 가격 통계 산출에 관여하는 정부 산하 연구소 관계자도 "일부 부동산정보업체가 내는 통계의 경우 비교 대상의 표본집단이 다르는 등 통계의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하지만 그나마 자료가 가장 빠르고 전국적으로 시세를 내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참고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선진국은 정부 통계가 시장에서 신뢰
미국은 시장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 4개의 주택관련 지수 중 2개를 정부가 산출한다. 상무부 통계국이 1996년부터 내는 신규 단독주택가격지수와 연방주택기업감독청이 1975년부터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단독주택)가 그것이다. 매 분기 발표되는 이들 통계 수치에 따라 증시가 요동칠 정도로 신뢰성은 검증된 상태다.
영국도 부총리실과 왕립토지등기소에서 집계하는 주택가격지수 등이 매월 발표되고 있다. 뉴질랜드 스웨덴 덴마크 등은 통계청이 주택 실거래가와 감정가격,주택재고 수를 가중 평균해 지수를 매월 또는 매분기 시장에 공표하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주택 가격의 실거래가 집계를 시작한 게 2006년부터여서 역사가 4년여 밖에 안 돼 시장에서 신뢰를 확보하기엔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