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데 더블딥(이중침체)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14일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완전히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용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 연 2.0%인 정책금리(한은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동결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 12일 경제전망을 수정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6%에서 5.2%로 높였다.



하지만 시기별 전망치는 1분기 1.6%,2분기 0.8%,하반기 1.0%로 상고하저(上高下低)의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1분기 이후 뚝 떨어지는 성장세가 더블딥을 나타내는지,아니면 정상궤도에 진입해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는지 판단하려면 실제 성장률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선 김 총재가 '더블딥'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로 올해 중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 총재는 이와 더불어 금리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꼽은 '민간 자생력 회복'에 대해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가 중요한데 건설 투자가 좋지 않아 걱정"이라고 언급했다. 한은은 건설투자가 지난해엔 4.4% 증가했지만 올해엔 2% 증가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상반기엔 0.9%(전기대비) 늘겠지만 하반기엔 0.1%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총재는 현 정부 들어 2년 동안 가계부채가 100조원 늘어났다는 지적에 대해선 "가계부채는 미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무차별적 영향을 미치는 거시적 접근(기준금리 인상)과는 구별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소득 4~5분위(고소득층)가 전체 가계부채의 70%를 가진 우리나라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한은법 개정안과 관련,"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기능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회사 단독조사권을 한은에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고 "입법기관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 총재의 업무보고 자리는 사실상 인사 청문회로 진행됐다. 여야 의원들은 한은의 독립성,통화신용정책,출구전략 문제를 주제로 김 총재의 관점과 자질 · 능력을 검증하는 데 주력했다.

민주당은 한은의 독립성에 대한 김 총재의 정책적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그의 취임 후 한은이 기획재정부와 일부 정책적 '코드'를 같이하는 등 독립성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한국은행에 대한 금융회사 조사권 부여에 일부 제한을 두는 내용의 금융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을 의결,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개정안은 지급결제 업무와 관련해 금융위가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금융감독원으로 하여금 한은의 공동검사 요구를 수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금융위가 한은에 추가 설명자료 제출 조치를 취할 수 있고,한은으로 하여금 지급결제제도에 대해 금융위의 감독을 받도록 하는 내용 등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 원안에 있던 일부 조항은 삭제됐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