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삼성물산이 글로벌 스테인리스 정밀재 업체로 발돋움했다. 삼성물산은 14일 중국 저장성 공장 가동으로 연산 7만2000t 체제를 갖춰 전 세계 스테인리스 정밀재 시장의 10분의 1가량을 담당하게 됐다.

◆철강 가공 산업 도전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이날 지성하 사장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저장성 평호 경제개발구에서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연산 1만5000t의 스테인리스 정밀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번 저장성 공장은 루마니아와 일본에 이은 세 번째 공장으로,이들을 합해 연간 7만2000t의 스테인리스 정밀재를 생산하게 됐다. 국내외를 통틀어 최대 생산 시설이다. 전 세계 연간 생산량 80만t의 9% 정도에 해당한다. 2위인 일본금속은 연산 5만t 규모다. 평호 경제개발구는 반경 90㎞ 내에 상하이,항저우 등 대도시가 있는 화둥 경제권역의 중심지역이다.

스테인리스 정밀재란 IC회로 프레임,자동차 엔진 덮개,주사 바늘 등에 쓰이는 초박막 철강재다. 휴대폰,자동차뿐만 아니라 의료,고급 건축 공구 등으로 활용 가치가 높아 철강재 분야의 틈새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테인리스 열연 코일을 상온에서 20단 압연기로 눌러 만들며,두께나 형상 등을 정밀 제어해 수요처가 원하는 형태로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1997년부터 공들인 사업

삼성물산이 이 분야에 첫 발을 디딘 것은 1997년 루마니아의 국영 스테인리스 가공공장이던 오텔리녹스를 인수하면서부터다. 당초 삼성물산의 목적은 가공이었다. 가공된 철강재를 팔아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동유럽 공산국가의 기업들이 갑작스런 개방으로 몰락하자 이를 싼값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하지만 루마니아 공장 운영에 참여하면서 노하우가 쌓이다 보니 자동차,IT 산업의 발전과 함께 정밀재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판단이 들어 사업을 확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2004년 루마니아 공장의 정밀재 시설을 증설하고,2008년 1월엔 일본 묘도메탈까지 인수해 선진 기술을 습득했다. 중국 공장은 이 같은 노하우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지 사장은 "세계적인 선진 기업들이 원가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부품 산업을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다"며 "중국의 정밀재 시장 규모는 매년 15~20% 이상 고속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스테인리스 정밀재 분야가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여러 사업 가운데 히든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