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결산인 증권사들이 4분기(2010년 1~3월) 호실적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3분기보다 거래대금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시중 금리 급락으로 대규모 채권 평가 및 처분이익이 발생한 덕분이다. 일부 증권사는 한국거래소로부터 배당금이 들어오고 하이닉스 지분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도 가세했다. 지난해 전체 실적을 공시한 대우증권은 순이익이 전년 대비 75%나 급증했으며 한국투자 · 유진투자증권 등은 흑자전환에 성공,금융위기의 상처를 말끔히 씻어냈다.

◆4분기 채권평가익 급증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우증권은 지난 4분기에만 매출 8916억원,순이익 1147억원을 달성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6%,64% 급증한 수치다.

주식중개를 비롯해 상품 운용,IB(투자은행) 부문이 실적 급증을 이끈 요인으로 분석된다. 대우증권은 4분기에 대우증권스팩과 대한생명을 잇달아 상장시키면서 312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린 데다 국고채 금리 하락으로 유가증권 운용 부문에서도 1567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4분기 실적이 급증하며 이 회사 작년 전체 순이익은 사상 세 번째인 3158억원에 달해 한 해 전보다 75% 급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4분기 영업이익도 5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배나 급증,지난해 전체적으로도 2319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이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2조2417억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하면서 대형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투자증권은 4분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손충당금으로 8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긴 했지만 지난해 연간으로 73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증권정보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의 순이익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실적이 감소한 전년보다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길원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시중 금리 하락에 따른 대규모 채권평가 및 처분이익이 4분기에 발생했다"며 "삼성증권 등 8개 주요 증권사의 채권 평가 및 처분이익이 2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15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며 대신 미래에셋증권 등은 내달 15일,삼성증권은 19일 잠정 실적을 밝힐 예정이다.

◆1분기(4~6월) 실적 차별화 예상

1분기엔 전체적으로 실적 호조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한 차례 금리가 떨어진 상태여서 채권 관련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 거래가 늘고 있긴 하지만 거래대금 자체가 큰 폭으로 늘어나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고객예탁금이 13조원대에 머물고 있어 이 정도 수준에서는 일평균 거래대금이 7조원을 웃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자산관리영업 중심의 미래에셋증권은 펀드 환매에다 판매보수 인하 등으로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견조한 이익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정도가 유망 종목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우리투자증권은 하이닉스 지분 274만주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매각할 경우 처분 이익을 추가로 기대할 수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9배로 업종 평균인 1.2배보다 낮은 편이다.

박은준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우증권에 대해 "지난해 업계 최대 실적을 거둔데다 올해도 브로커리지 경쟁력을 기본으로 전 영업부문에서 고른 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