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상장 허점 노린 CT&T '폭탄 CB' 주의보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 관계자는 지난달 말 장외 전기차업체 CT&T가 코스닥 기업 CMS를 통한 우회상장을 하기 위해 제출한 합병 증권신고서를 검토하다가 눈을 의심했다. CT&T가 우회상장 직전에 대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CMS와 합병 이후 신주로 전환될 물량이 총 1억주가 넘었기 때문.CT&T 기존 주식에 대한 합병 신주 1억5400만주의 68%에 해당하는 초대형 규모다.

금감원 관계자는 곧바로 한국거래소 공시팀에 연락해 CT&T가 우회상장 승인 요건을 충족한 것이 맞는지 확인했다. 상장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CB 전환가격이 액면가보다 낮은 데다 보호예수도 걸려 있지 않아 투자자 보호를 위해 CT&T 측에 두 차례나 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전기차로 주목받는 CT&T가 우회상장 발표 직전에 '폭탄CB'를 발행해 도마에 올랐다. CB의 주당 전환가격은 2만원으로 지난달 합병 당시 평가됐던 주가 5만928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작년 12월 발행한 CB 규모가 200억원에 달해 누군지 모를 CB 투자자들은 앉아서 '대박'이 날 조짐이다. 반대로 CT&T의 성장성에 베팅한 일반 투자자들은 합병 이후 쏟아질 엄청난 물량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감원 CT&T 신고서 두번 퇴짜

우회상장 허점 노린 CT&T '폭탄 CB' 주의보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T&T는 지난 3월 CMS와의 합병 우회상장 발표에 앞서 1년 동안 총 4차례에 걸쳐 총 316억원 규모의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우회상장 발표 3개월 전인 작년 12월23일에 발행한 CB는 규모가 200억원에 이른다. 이 CB는 발행일부터 주당 2만원에 행사할 수 있는 조건으로 발행됐다. 이보다 앞선 5월에 발행된 60억원짜리 BW의 행사가격은 1만2500원으로 더 낮다.

전환가격은 지난달 합병 발표 당시 산정한 CT&T 평가금액 5만928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당 853원으로 평가된 CMS와의 합병 비율 1 대 59.7을 적용하면 CB 전환가와 BW 행사가는 각각 334원,211원까지 크게 떨어진다. 합병 이후 CB와 BW 전환 규모는 총 1억529만주에 이른다.

CT&T가 CMS로 흡수합병이 이뤄지면 CB나 BW 투자자들이 이 같은 가격에 권리를 행사해 대박을 낼 수 있다. 이날 CMS 주가(1835원) 수준에서 판다고 가정하면 400~600%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장외 업체가 발행한 CB에는 사모로 발행해도 보호예수가 없어 합병 완료 즉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CT&T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합병 신고서를 지난달 24일 금감원에 제출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이에 따라 CT&T는 액면가에도 미치지 못했던 전환가격을 액면가인 500원으로 올리기로 CB 투자자들의 확약서를 얻어냈다며 정정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금감원은 두 번째 퇴짜를 놓았다. 액면가를 500원으로 올리면 주식 잠재 물량이 1억529만주에서 6320만주로 줄어들지만 보호예수가 걸리지 않아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회상장 이전에 이같이 잠재 물량 규모가 큰 CB를 발행한 회사를 본 적이 없다"며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CT&T 관계자는 "지난해 말 회사에 자금이 긴박하게 필요해 CB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우회상장 노린 CB 발행 악용 우려

'폭탄CB'로 인해 합병 발표 당시 CT&T 가치 산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해당 CB의 전환가격이 낮아 우회상장 이후 시장에 출회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회사 가치를 산정한 회계법인은 '폭탄CB' 물량을 고려하지 않고 주당 가치를 산정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당 가치는 총 기업가치를 주식 수로 나눠서 산정하는데 CB에 잠재된 주식은 반영되지 않았다"며 "CT&T의 경우 전환가격을 고려할 때 전환된다고 여기고 수익가치를 산정해야 하는 게 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우회상장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회상장을 진행하는 장외 업체가 전환가격이 낮은 CB를 고의적으로 대량 발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CT&T의 대규모 CB에는 이번 우회상장을 주도한 튜브PEF(사모투자펀드)와 몇몇 투자조합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PEF나 투자조합의 자금을 댄 실제 투자자는 알 도리가 없어 내부자 거래 의혹도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회상장에서는 형식적 요건만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사실상 시장 진입을 막을 방도가 없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우회상장 요건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