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환웅은 왜 웅녀에게 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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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 인간의 역사 | 베른트 부르너 지음 | 김보경 옮김 | 생각의 나무 | 315쪽 | 1만5000원
아름다운 요정 칼리스토는 제우스와 관계를 맺은 후 임신을 한다. 화가 난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칼리스토를 곰으로 변하게 만들고 그녀는 바뀐 모습에도 불구하고 사람인 아르카스를 낳은 후 아들과 헤어진다. 장성한 아르카스는 사냥에 나섰다 곰으로 변한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하고 화살을 겨냥하는데,제우스는 칼리스토를 불쌍히 여겨 하늘로 보내기로 결심한다.
바로 '북두칠성(큰곰자리)'이다. 제우스의 사생아 아르카스는 북두칠성 끝자락에서 별이 연장된 선을 따라 만들어진 유난히 밝은 별 '대각성'이 된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전해지는 암곰의 이야기다.
《곰과 인간의 역사》는 100여점에 이르는 희귀 도판과 역사적 자료,넘치는 상상력으로 인간과 곰의 오랜 관계를 조명한 책이다. 선사시대 동굴을 차지하기 위해 싸웠을지도 모르는 곰과 인간의 첫 만남에서부터 오늘날 '테디 베어'로 상품화된 곰의 종교 · 신화 · 문화 · 미술 속 의미를 주제별로 짚어냈다.
저자는 곰에 대한 인간의 반응이 다양하다 못해 모순적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인간은 곰을 '숲의 지배자' 또는 '공명정대함을 소명으로 받든 최고 통치자의 자손'으로 존경했던 동시에 잡아먹거나 가죽을 사용했다.
1920년대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어빙 할로웰의 연구에 등장하는 '곰 전통의식'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젊은이의 담력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실시했던 맨손 곰 사냥을 가리킨다. 그들은 축제 동안 곰 고기를 먹는 한편 곰을 예우하는 의미로 뼈를 한군데 모아뒀다. 세계 여러 문명들이 곰을 의인화한 것도 특이하다. 웅녀가 마늘을 먹고 사람으로 변했다는'단군신화'를 가진 우리에게도 재미있는 대목이다.
'인간의 특성을 곰에게 투영시키는 경향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것이며,그 이유를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다. …(중략)…
하지만 이런 친밀감은 양날의 칼처럼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녔다. 인간과 곰의 동일성에 대한 생각은 곰을 소중하게 생각하도록 할 수 있는 반면 곰이 어떤 동물인 지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는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
인간의 사촌 혹은 신앙의 대상이었다가 식량과 사냥감이 됐던 야수, 근대 이후에는 서커스와 동물원에서 인간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곰의 이야기가 과학적 실험과 문화적 연구를 통해 흥미롭게 펼쳐진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바로 '북두칠성(큰곰자리)'이다. 제우스의 사생아 아르카스는 북두칠성 끝자락에서 별이 연장된 선을 따라 만들어진 유난히 밝은 별 '대각성'이 된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전해지는 암곰의 이야기다.
《곰과 인간의 역사》는 100여점에 이르는 희귀 도판과 역사적 자료,넘치는 상상력으로 인간과 곰의 오랜 관계를 조명한 책이다. 선사시대 동굴을 차지하기 위해 싸웠을지도 모르는 곰과 인간의 첫 만남에서부터 오늘날 '테디 베어'로 상품화된 곰의 종교 · 신화 · 문화 · 미술 속 의미를 주제별로 짚어냈다.
저자는 곰에 대한 인간의 반응이 다양하다 못해 모순적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인간은 곰을 '숲의 지배자' 또는 '공명정대함을 소명으로 받든 최고 통치자의 자손'으로 존경했던 동시에 잡아먹거나 가죽을 사용했다.
1920년대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어빙 할로웰의 연구에 등장하는 '곰 전통의식'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젊은이의 담력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실시했던 맨손 곰 사냥을 가리킨다. 그들은 축제 동안 곰 고기를 먹는 한편 곰을 예우하는 의미로 뼈를 한군데 모아뒀다. 세계 여러 문명들이 곰을 의인화한 것도 특이하다. 웅녀가 마늘을 먹고 사람으로 변했다는'단군신화'를 가진 우리에게도 재미있는 대목이다.
'인간의 특성을 곰에게 투영시키는 경향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것이며,그 이유를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다. …(중략)…
하지만 이런 친밀감은 양날의 칼처럼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녔다. 인간과 곰의 동일성에 대한 생각은 곰을 소중하게 생각하도록 할 수 있는 반면 곰이 어떤 동물인 지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는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
인간의 사촌 혹은 신앙의 대상이었다가 식량과 사냥감이 됐던 야수, 근대 이후에는 서커스와 동물원에서 인간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곰의 이야기가 과학적 실험과 문화적 연구를 통해 흥미롭게 펼쳐진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