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도 이제 콘텐츠가 지배하는 세상이 열릴 겁니다. "

15일 만난 박용음 지피엔씨 사장의 목소리는 잔뜩 흥분돼 있었다. 세계 최초로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LED TV '레드로이'를 출시했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다. 지피엔씨가 내놓은 '레드로이'는 기존 인터넷 TV가 특정 포털 사이트만 이용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자유로운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 TV다. 구글 맵,유튜브,마이스페이스 등도 이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안드로이드 마켓'을 통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박 사장이 전하는 레드로이 출시의 의미는 'TV의 스마트화'다. 휴대폰 · 컴퓨터와 같이 앞으로 TV도 콘텐츠 생산자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를 받아보는 구조가 아닌 소비자가 자유롭게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첫걸음이라는 얘기다.

그는 "TV라는 '하드웨어'의 판매도 중요하지만 앞으론 TV를 통해 볼 수 있는 콘텐츠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며 "아이폰이 가장 먼저 앱스토어를 열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확보했듯이 레드로이를 통해 TV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피엔씨는 이와 관련,레드로이 출시와 동시에 안드로이드 마켓에 TV용 애플리케이션 4종을 올렸다.

박 사장은 "안드로이드 TV에 대해 '단순히 화면이 큰 컴퓨터'란 지적이 나오는데 그건 뭘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아이패드가 처음 나올 때도 '큰 아이폰'일 뿐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막상 발매되자 아이폰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호평을 받지 않느냐"며 "그냥 보는 것과 크고 선명한 화면을 통해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가올 스마트 TV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잡으려면 관련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년간 TV만 만들어온 전문가의 고집이 통한 것일까. '레드로이'에 대한 해외 바이어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피엔씨는 스웨덴 TV업체 '피플오브라바(People of Lava)'와 70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이미 체결했다. 박 사장은 "스웨덴을 비롯한 인터넷 망이 잘 구축된 북유럽 국가들에서 많은 문의가 오고 있다"며 "올해 '레드로이'로만 수출 1000만달러 이상은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