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를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5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10원 아래로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를 새로 썼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지난 14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원화 강세에 힘이 실렸다.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중국 위안화가 절상될 전망인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이후에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 회복을 고려하면 외국인들 입장에서 원화를 매수할 근거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그동안 코스피 지수 상승을 이끈 IT(정보기술)와 자동차주 등 수출주 중심의 주도주 구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수출주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 혹은 관심업종군 확대를 고려해야할 시점이라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

임동민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험적으로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이후 원·달러 환율의 단기 하락이 더욱 강화됐다"며 "현재 상황에서 수출주보다는 원화 강세 수혜 업종들에 대해 단기적인 관심을 가지는 투자전략이 유효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단기적으로 IT와 자동차를 비롯한 주도주 외에도 원화강세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군,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을 계기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금융주의 비중을 확대, 균형감 있는 포트폴리오를 세워나가는 것이 초과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매매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도업종 가운데 IT업종의 경우 업황과 개별 기업의 경쟁력을 고려하면 시장의 관심이 좀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강세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자동차 업종이 보다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 14일의 경우 인텔의 실적호전을 바탕으로 향후 업황에 대해 긍정적 시각이 확산된 IT주는 강한 반등세를 나타낸 반면 자동차주들은 약세로 마감했다"며 "최근 철광석 가격 급등세가 철강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도요타 사태를 계기로 미국 자동차업계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 등이 부담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당장 주도주 구도의 급변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항공이나 해운, 유화 등 원화 강세 수혜업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수출주에 대한 관심은 IT와 조선주 중심으로 압축시키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원화 강세가 한국 수출의 회복세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기존 주도주 중심의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맞서고 상황이다.

전지원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수출 물량이 수출단가보다는 세계 수입수요 변화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며 "원·달러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고, 국내 주식시장은 IT,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