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인 NHN게임스가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웹젠과의 합병으로 증시에 우회상장한다. 2008년 9월 NHN게임스가 웹젠을 인수한 이후 1년 7개월만이다.

두 회사 모두 게임 개발사여서 합병 시너지효과는 클 것이란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합병 비율만 놓고 보면 NHN게임스에 비해 기존 웹젠 주주들이 손해를 본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작년 말 물리적 통합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웹젠과 NHN게임스는 전일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을 결의했다. 웹젠은 내달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주주들의 승인을 받은 이후 오는 7월까지 합병 절차를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의 합병은 웹젠의 창업주인 김남주 전 대표가 2008년 9월 회사를 NHN게임스에 매각한 이후 차근차근 진행됐다.

'뮤' 시리즈 이후 이렇다 할 신작을 내놓지는 못해 수 년째 적자에 허덕이던 웹젠은 2008년과 2009년 구조조정과 부실자산 상각으로 재무상태를 개선시켰다.

작년 말에는 CJ인터넷이 쓰고 있던 서울 구로구의 한 오피스텔에 두 회사가 나란히 입주하며 물리적인 통합 작업까지 마쳤다. 실제 일부 지원 부서는 이미 통합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합병이 임박했다"는 얘기는 올 초부터 증권가에서 끊임 없이 나왔다.

◆웹젠의 '개발능력'ㆍNHN의 '퍼블리싱' 시너지

합병 효과는 바로 나타날 전망이다. 두 회사는 모두 게임 개발에 강점을 갖고 있다. 웹젠을 대표하는 게임 '뮤'와 '선' 시리즈나 NHN게임스의 'R2', 'C9' 등은 모두 장르가 MMORPG(다중접속온라인게임)이다.

웹젠이 NHN의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NHN이 최근 적극적으로 게임 퍼블리싱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 웹젠에서 출시된 게임이 NHN의 트래픽에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NHN의 퍼블리싱 역량이 커질수록 웹젠의 게임이 많이 팔릴 것이란 얘기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웹젠의 대표게임인 뮤의 매출처가 다양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웹젠이 보유한 풍부한 현금성 자산에도 관심이 쏠린다. 웹젠은 당장 1000억원 가량을 유동화 할 수 있고, 자사주 등을 팔면 최대 1300억원까지 활용할 수 있다.

추가적인 M&A(인수ㆍ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 김창근 대표도 최근 "보유현금을 좋은 개발사에 투자하거나 직접 M&A를 하는데 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주주만 유리한 합병비율

합병비율 산정은 다소 의외다. NHN게임스 주식 1주당 웹젠 주식 1.57주가 배정됐다. 이는 NHN게임스의 기업가치를 웹젠보다 약 50%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웹젠 관계자는 "NHN게임스는 지난해 매출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1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무척 좋은 회사"라며 "반면 웹젠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NHN게임스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웹젠이 작년 실적을 집계하면서 자회사의 매출채권을 대손충당금으로 전액 상각하는 등 과도하게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했다"면서 "합병을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셈"이라고 꼬집었다.

합병 이전에 웹젠의 기업가치를 최소화해 이번 합병비율 산정 시 상대적으로 NHN게임스가 높은 프리미엄을 받았다는 얘기다. 웹젠은 지난해 '턴어라운드' 할 것이라는 증권가의 예상과 달리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냈다.

최훈 연구원은 "당초 1대 1의 비율로 두 회사가 합병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합병비율만 놓고 보면 웹젠 주주에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NHN게임스는 웹젠 지분 26.74%(346만9784주)를 보유중이다. 이 비율대로 합병하면 NHN게임스의 최대주주인 NHN이 합병법인의 지분 28.5%를 확보하게 된다. 또 김병관 NHN게임스 대표도 28.4%의 합병법인 지분을 받게 된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