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럭셔리]  부천한의원, 毒으로 毒을 다스린다
중학생 김모군(16)은 중얼거림,대인기피증,공황장애,수면장애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정신분열병 환자였다. 2008년 9월 주변의 시선을 우려해 정신과 병원 대신 경기도 부천 원미구 상2동의 부천한의원을 찾았다. 엄마가 유별나게 공부를 강요한 게 화근이었다.

이 곳 노영범 원장이 김군의 가슴과 배를 만져보니 '샘물이 솟는 것'과 같은 두근거림이 감지됐다. 이를 다스리기 위해 모려(굴껍데기)10g,용골8g,계지 · 생강 · 대추 · 촉칠(상산의 싹) 각 6g,감초 4g을 처방하니 한 달이 채 안 돼 중얼거림부터 개선됐다. 두 달이 지나 공황장애와 수면장애 등 여러 증상이 약해지면서 3개월째 완치 판정을 받았다.

노 원장은 동의보감 방약합편 사상체질의학으로 대표되는 요즘 한의학에 반기를 들고 고법(古法)의학을 부활시키는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2006년 8월 고법의학에 기반을 두고 창설한 복치의학회는 현재 회원이 3000여명에 달하며 지난 2월 대한한의학회의 공식 학회로 인증받았다.

노 원장은 음양오행이나 개인의 체질을 지나치게 중시하다보면 병을 일으키는 원인(毒)을 규명하고 다스리는 데 소홀하게 되므로 2500년 전에 저술된 상한론(傷寒論)의 치료원리를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이에 따라 배를 만져 질병의 원인을 찾는 복진(腹診)과 이를 바탕으로 고법의학적 처방을 내리는 복치(腹治)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복진은 복부의 긴장도,색깔,두께 등 다양한 징후들을 파악해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방법으로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맥진(脈診)에 비해 훨씬 객관적이라는 설명이다.

노 원장은 "모든 병은 신진대사의 정체로 특정 부위에 독이 쌓여 발생하게 된다(萬病一毒)"며 "약독(弱毒)으로 병독(病毒)을 다스리는 '이독제독(以毒制毒)'의 이치가 고법의학"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처방하는 한약재가 다섯가지를 넘는 법이 거의 없고 파두 감수 대황 등 독성이 강한 한약재도 서슴지 않고 쓴다.

그는 "3개월 이상 치료한 정신분열증 환자 20명을 분석한 결과 70%는 불안 및 일탈행동 개선,20%는 불규칙한 호전을 보이고 나머지 10%는 간혹 환청 환시가 나타나는 정도로 치료되고 있다"며 "복치로 공황장애 우울증 등 신경정신질환을 90% 가까이 낫게 할 수 있으며 아토피피부염 천식 베체트병 파킨슨병도 효과적으로 다스린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