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4월 이후 10년 넘게 운영되던 퇴직보험과 퇴직신탁이 내년부터 근로자 퇴직급여 재원의 사외예치 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많은 회사들이 올해 중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를 도입할 때 회사가 검토해야 할 사항 중 사업자 선정은 쉽지 않은 부분이다.

사업자 선정을 위한 평가에서는 안정성 전문성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금융기관과의 기존 거래관계나 초기에 제시되는 수익률 수수료 등에 치중해 최적의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퇴직연금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미국이나 일본 등을 보면 제도가 성숙할수록 서비스가 사업자 평가의 핵심요소로 부각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서비스가 중요한 이유는 제도를 운영하는 기간 동안 퇴직연금 적립금을 회사나 근로자가 직접 운용 · 관리한다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업무처리나 상담 교육 부가서비스 등이 얼마나 충실하고 편리하게 제공되느냐 하는 것은 1%의 수익률 차이보다 더욱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일례로 일본에서는 회사가 기존의 거래관계 등을 고려해 선정한 사업자의 서비스에 근로자들이 불만을 가지고 사업자 변경을 요구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퇴직연금은 회사 입장에서는 근로자 복리후생제도의 한 축이며 근로자에게는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중요한 노후 준비 수단이다. 따라서 기업경영을 위한 서비스와 근로자 은퇴설계를 위한 서비스가 종합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국내 퇴직연금 사업자 중에서는 삼성생명이 이런 개념의 종합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이라는 퇴직연금 서비스 브랜드가 그것이다. 삼성생명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온 · 오프라인 환경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각 분야 전문기관과 제휴를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였다. 기업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삼성경제연구소와 연계해 VIP고객을 대상으로 경영 · 경제정보를 제공하며 전문 노무법인 법무법인을 통해 법률 · 노무자문을 실시한다. 근로자에게는 다양한 생활혜택을 제공하는 복리후생 서비스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이용할 수 있는 은퇴설계,재테크 정보,삼성생명 라이프케어연구소가 서울대학병원과 공동으로 기획하는 전문 건강정보를 제공한다.

올해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사업자 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당수 사업자들이 무리수를 두며 지나치게 높은 이율을 제시하기도 하고 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특별한 혜택의 제공을 약속하기도 한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1,2년의 만기를 가진 금융상품이 아니라 회사가 존속하는 한 근로자가 퇴직 후 연금을 받는 평생 동안 안전하게 운영되어야 하는 '제도'다. 때문에 회사와 근로자는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택할 때 눈앞의 혜택이 아닌 장기간 제도를 안전하고 충실하게 운영해줄 역량을 평가해야 한다.

이선미 <삼성생명 퇴직연금연구소 전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