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의 박규진 교육원장(49)은 "법원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찰 이전의 철저한 조사와 분석"이라며 "기본만 지켜도 손해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매매보다 '고위험 고수익' 성격이 강한 경매 시장일지라도 꼼꼼한 조사와 분석이 뒷받침되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무엇보다 발로 뛰는 현장조사를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경매에서 성패 기준은 감정평가액과 낙찰가의 차이다. 일단은 그 차이가 클수록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박 원장은 "경매물건의 감정평가액을 맹신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감정평가액이 결정난 다음 보통 6개월~1년 후 경매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얼마든지 시세가 바뀔 수 있어서다. 따라서 감정평가액은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현장에서 직접 시세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장 확인에도 노하우가 있다. 박 원장은 "경매 참여 이전에 4곳 이상의 공인중개사사무소를 방문해 가격을 확인해야 한다"며 "2곳은 매수자의 입장에서 물어보고,2곳은 매도자의 입장에서 질문을 한다면 시장 가격을 집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실전투자 경험을 쌓고 2004년부터 지지옥션에서 경매교육을 맡고 있는 박 원장은 "요즘 같은 부동산 침체기가 오히려 경매 투자를 하기에는 최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대형 아파트를 유망 상품으로 꼽았다. 최근 중대형 아파트 하락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외의 얘기다. 그가 중대형을 추천하는 이유는 국내 견실한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하면,최근 부동산 침체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격 상승기를 대비한 선도적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형 주택가격은 금융 위기 이전 시세를 회복했다"며 "반면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는 큰 폭으로 떨어져 단위 면적당 가격이 소형 아파트보다 저렴한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중대형 주택은 낙찰받아도 임대 · 매매가 힘들기 때문에 단기 투자 상품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형에서 중대형으로 갈아탈 계획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박 원장은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다른 사람과의 차이점이라면 법무법인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경매 관련 법률과 시장 생리를 익혔다는 것이다. 그가 경매를 시작한 것은 1999년이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 경매 시장에 좋은 물건이 쏟아졌고,정부도 이 시기에 제도 개선에 나서 경매절차가 투명해졌다"며 "자연스럽게 경매가 대중화했다"고 말했다.

박 원장도 이 시기에 종잣돈 2000만원으로 경매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로 인천의 다세대 · 다가구 등 소형 물건을 공략했다. 그 당시 인천은 수도권에서도 집값이 저렴한 곳 중 하나였고 소형 물건의 경우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아 투자 회수가 수월했기 때문이다. 낙찰받은 다세대 주택을 전세놓고 그 자금을 다시 경매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그는 한때 인천에서 다세대 주택 수십 채를 보유하기도 했다. 2004년 매매가가 급등하자 물건을 모두 처분해 금융권 대출을 갚고도 8억원을 벌었다. 5년 만에 투자액이 40배로 불어난 것.

종잣돈을 불린 박 원장은 2004년부터 투자 대상을 서울시내 역세권 · 대학가 등 임대 수요가 많은 지역의 다가구 주택으로 바꿨다. 그는 "철저한 시장분석을 통해 임대 보증금만으로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물건만 공략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투자 여력과 경험에 맞는 물건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1억원 미만으로 경매를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소형 주택이 적합하다고 추천했다.

박 원장은 "서울보다는 인천,의정부 등 개발 예정지이거나 진행 중인 수도권 다세대 주택 투자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전세를 끼고 매입할 수 있는 다세대 주택 · 소형 아파트도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어 적은 금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억~5억원의 여윳돈을 가진 사람에겐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역세권 · 대학 주변의 원룸 · 다가구 주택 공략을 권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상가에 투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상가는 주택에 비해 경기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요즘처럼 실물경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는 임대가 되지 않아 관리비 부담만 커진다"고 지적했다.

5억원 이상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은 수익형 부동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박 원장이 최근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상품도 수익형 부동산이다. 도심 모텔을 낙찰받아 원룸이나 고시텔로 용도 변경하거나,사우나를 스크린골프장으로 바꿔 가치를 올린 뒤 되팔거나 안정적인 수입을 얻는 방식이다. 그는 "낮은 가격에 낙찰받아 비싸게 파는 것이 경매의 전부는 아니다"며 "수익형 부동산을 경매로 싸게 사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철/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