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SAP승마클럽 말 달리며 스트레스 '확'…가족사랑은 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낙마땐 회원들에 한턱 '불문율'
재활승마 등 봉사활동에 앞장
재활승마 등 봉사활동에 앞장
"떨어진 것도 기분 나쁜데 한턱 내라고?"
SAP코리아의 승마동호회 'SAP 승마클럽'에는 오래된 전통이 있다. 처음 말에서 떨어지면 당사자가 현장에 있던 회원 모두에게 한턱 써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 승마를 보장한다는 미명(?) 아래 2008년 2월 창립 이후 지켜지고 있는 불문율이다. 아프고 창피한데 돈까지 쓰라는 게 억울할 법도 하지만 안전 승마를 위해 회원들은 기쁜 마음으로 두말 않고 지갑을 연다. 지금껏 수많은 낙마에도 불구하고 부상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던 것도 이 같은 전통 덕분이 아닌가 싶다.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를 훨훨 날려버리고 재충전을 위해 태어난 SAP 승마클럽의 회원은 15명.가족을 동반하고 비즈니스 파트너들도 참여하는 특성상 매주 토요일 정기 모임 때마다 북적댄다. 마장(馬場)은 주로 신갈승마장이나 시흥승마장을 이용한다. 때론 해변,초원,산길 등 야외에서 승마를 즐기기도 한다. 백제문화제,정조대왕 행차 재현 행사 등 각종 이벤트에 참여해 위용을 뽐내기도 했다.
승마는 귀족들의 스포츠로 알려져 있지만 관심만 가지면 남녀노소 누구라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올림픽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남녀 구분이 없을 정도로 여성이 즐기기에 적합한 운동으로 전체 승마 인구의 60~70%가 여성이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지난 베이징올림픽 최고령 메달리스트는 승마 장애물 비월 단체에 출전한 캐나다의 이안 밀러로 당시 나이가 만 61세였다.
승마는 동물과 함께 호흡하는 유일한 운동이며 말을 움직인 경험은 업무 및 인간관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취미 생활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점수를 따는 '꿩 먹고 알 먹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카레이싱처럼 스피드를 즐기면서 섬세한 조율 과정에서 짜릿한 손맛도 느낄 수 있다.
말(言)을 못 알아 듣는 말(馬)을 다루다 보니 예기치 못한 에피소드도 많다. 2년 전 최성희 회원(이사)을 따라 나온 초등학교 2학년 딸 아이가 말에 올라타자 갑자기 말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일이라 손 쓸 새도 없었다. 그런 와중에 딸 아이는 낙마했다. 최 이사는 혼비백산했지만 잠시 후 딸 아이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말 위에 올라타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 딸 아이는 현재 SAP 승마클럽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열성 회원가족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순호 영업대표는 처음 승마를 배울 때 하루 여덟 번까지 떨어지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회원들은 웃지 못할 오해를 받은 때도 적지 않다. 초보자의 경우 말을 타고 반동을 잘못 받으면 엉덩이와 말등이 심하게 부딪쳐 며칠간 의자에 제대로 앉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또한 떨어지지 않으려 애를 쓰는 과정에서 다리 근육을 심하게 사용하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걸음걸이도 뒤뚱거린다. 이 경우 주위의 이상한 눈초리를 감수해야 하는 쑥스럽고 민망한 상황을 경험하기도 한다.
모임 횟수가 늘면서 사전 참석 예약 후 지각과 결석을 하는 회원들도 차츰 증가하게 되자 벌금제를 도입했다. 쌓인 벌금은 승마장의 말에게 먹일 당근을 사는 데 사용된다. 회원들의 지각과 결석 덕분에 말들이 호식하고 있는 셈이다. SAP 승마클럽은 가족 구성원과 파트너의 참여를 더욱 늘려가고 있으며 재활 승마와 같은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외부 행사와 야외 승마 활동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호진 SAP승마클럽 회장(영업본부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