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첫 거래를 시작한 중국의 주가지수선물이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약세로 시작했지만 4종의 주가지수선물(만기 5월 · 6월 · 9월 · 12월) 모두 기준가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이 선물은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300개 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CSI300지수에 기반한 상품이다. CSI300지수는 지난해 54% 상승했지만 올 들어서는 4% 이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선물 시장에는 금과 콩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한 상품선물만 거래되고 있을 뿐 금융상품을 기초로 한 선물은 주가지수선물이 유일하다. 1993년 채권선물 시장이 문을 열었지만 미숙한 시장 감독에다 시세조작이 판을 치면서 2년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때문에 중국 정부는 주가지수선물 출범을 앞두고 3년 넘게 시범 거래를 하는 등 투기 움직임을 사전 차단하는 데 주력해왔다.

계좌 개설에 50만위안(8500만원)의 증거금을 요구한 게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개설된 주가지수선물 계좌가 9137건으로 중국의 주식투자자 1억2100만명에 비해 크게 적은 이유다.

하지만 "지수선물 계좌 가운데 97%인 8944건이 개인투자자여서 급격한 출렁거림이 걱정된다"(월스트리트저널) "지수선물과 같은 파생상품은 양날의 칼로,리스크를 줄여주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과용될 경우(투기수단으로 전락할 경우) 리스크의 근원이 될 수 있다"(인민일보)는 우려는 여전히 나온다. 중국 정부가 주가지수선물 포지션 한도를 100계약으로 제한하고 순자산을 100만위안 이상 유지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용찬 중국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첫날 주가지수선물이 오른 것은 약세장에도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는 데 투자자들이 반가움을 표시한 것"이라며 "미국 홍콩 등 대부분의 증시가 주가지수선물을 도입한 후 한 달간 10% 정도의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국내 차이나펀드 역시 약세장에서도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했다. 중국 증시는 정책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변동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만기일 종가를 최종 결제가격으로 산정하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만기일 마감 전 두 시간 동안의 산술 평균을 채택하기 때문에 시장의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수선물 시장 개설은 최근 개시한 대차거래 및 연내 허용될 외국 기업의 기업공개(IPO)와 함께 중국 증시를 선진 증시로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중국 언론들은 평가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