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16일 첫 간담회를 갖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 방법 등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공석인 회장직을 선출하는 작업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지,아니면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회추위를 어떻게 구성할지,외부 자문단 등을 설치할지에 대해 사외이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KB금융은 그동안 이사진 12명(사외이사 9명+사내이사 3명) 가운데 사외이사만으로 회추위를 구성했다. 이들은 회장후보를 공개모집하는 대신 자신들이 정한 인재 풀에서 후보를 선별한 뒤 면접 등 심사를 거쳐 회장을 선임했기 때문에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에도 사외이사만으로 회추위를 구성할 경우 폐쇄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게 뻔하기 때문에 후보 추천 과정에서 외부 자문단을 두거나 공모 방식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 의장은 "새 사외이사들이 선임된 이후 따로 만난 적이 없어서 이날 상견례 겸 간담회를 한 것"이라며 "KB금융 앞에 놓인 주제 중 차기 회장 선임이 가장 급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했다"고 설명했다.

KB금융 내부에서는 앞으로 진행될 은행권 인수 · 합병(M&A)의 주도권을 쥐려면 회장 선임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우리금융 민영화,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등으로 금융계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지만 KB금융은 회장직이 공석이기 때문에 중대한 경영적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이 의장은 "필요하다면 외환은행 매입 등에 대해서도 사외이사들 간에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 회장 후보군으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화언 전 대구은행장,김진만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윤용로 기업은행장,김석동 농협경제연구소 대표,민유성 산은금융 회장,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KB금융 회장직에서 사퇴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다시 입후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회장 선출 문제가 정치권의 입김을 배제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6월 지방선거 이후에야 본격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친정부 인사를 공모에 참여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부터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사람을 보은 인사 차원에서 KB금융 회장에 앉히기 위한 의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의장은 이에 대해 "정치권이나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은 없다"며 일축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