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4월 중순인데 도무지 봄기운을 느끼기 어렵다. 쌀쌀한 날씨도 날씨요,천안함 침몰을 비롯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리는 안타까운 소식에 몸과 마음 모두 스산하기 짝이 없다.

결혼적령기 미혼 남녀의 심정은 더할지 모른다. 두 눈을 아무리 크게 떠봐도 마땅한 배우자감을 찾기 힘든 까닭이다. 지난해 국내 혼인 건수는 31만건.2008년보다 1만8000건(5.5%) 감소했다. 1000명당 결혼 건수(조혼인율) 또한 6.2건으로 관련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혼하기 힘든 세상이다.

남녀 모두 사정이 어렵지만 내년부터는 남자쪽이 더욱 힘들어질 모양이다. 80년대 초부터 가속화된 이른바 남아선호형 저출산의 영향으로 혼인 적령기(남성 28~32세,여성 26~30세) 성비(性比,여성 100명당 남성의 수) 불균형이 심화,신부감이 대폭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혼인 적령기 성비는 자연성비(103~107) 수준인 105.1과 108.7이지만 내년엔 113.3,2014년엔 119.5까지 높아진다. 적령기 남성 100명당 여성 수가 지난해 95명에서 내년엔 88명,2014년엔 84명으로 떨어진다는 말이다.

80년대 들어 높아지기 시작, 90년 116.5까지 올랐던 출생 성비 불균형의 결과가 여학생 짝꿍 부족에서 신부감 부족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2007년에야 자연성비 수준에 이르는 만큼 2028~2033년 혼인 적령기 성비는 120을 넘어설 것이라고도 한다.

물론 이 같은 결혼 적령기 성비 불균형은 '남자가 여자보다 나이가 많아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 때문이란 주장도 있다. 신부감의 나이를 따지지 않으면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진다는 논리다. 그렇더라도 이대로 가면 결혼 대란이 농촌총각만의 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국제결혼은 전체 혼인 건수의 10.8%.농촌에선 10건 중 3.5건이다. 문제는 국내의 뿌리깊은 순혈주의에서 비롯된 차별과 묻지마식 결혼에 따른 외국 신부의 부적응에 결혼 브로커들 농간까지 더해 생기는 부작용과 후유증이다.

취업난 때문에 가뜩이나 결혼하기 어려운데 남초(男超) 현상까지 겹치면 어떤사태가 생길지 모른다. 무슨 일이든 닥친 뒤엔 극복하기 힘든 만큼 미리미리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결혼중개업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은 물론 다문화가정 지원책 확대가 시급한 이유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