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경제에 새로운 자본 세력이 부상하고 있다. 전통적인 화교 자본이 장악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이슬람 자본이 진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자본은 인구 2억3000만명 가운데 85%가 무슬림으로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은행 총 자산 규모 중 이슬람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2~3% 정도다(인도네시아컴퍼니뉴스).말레이시아,걸프협력협의회(GCC) 등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 비해 이슬람 자본의 투자가 미미한 배경에는 고질적인 정치 불안과 테러 위험 및 부실한 금융 인프라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환경이 차츰 개선되고 있는 데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법을 새로 만들면서까지 이슬람 자본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이슬람 자본이 향후 인도네시아 경제의 주요 축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08년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Sukuk)를 발행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슬람 은행 설립 허용 입법을 추진해왔다.

이슬람 자본의 행보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수쿠크를 매입하려는 해외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월 처음으로 5조루피아(5억5500만달러) 규모의 수쿠크를 발행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달부터 이슬람 자본에 대한 이중과세를 폐지했다. 이슬람 자본시장의 판도 변화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금융자본 유치에선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지만 85%에 달하는 이슬람 인구를 볼 때 이슬람 자본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슬람 자본에 앞서 인도네시아 경제에 자금줄이 돼 온 세력이 화교다. 인도네시아에서 화교는 약 7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인들에게 화교들은 질시의 대상도 된다. 인도네시아 전체 경제 규모의 약 90%를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한 화교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순구 한국외대 인도네시아과 전임강사는 "과거 수하르토 독재 시절 집권 엘리트들은 경제성장을 위해 화교자본을 이용했고,화교자본도 정권을 이용해 부를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슬람 자본의 부상이 인도네시아의 전통적인 정치 경제 역학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목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