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물랑루즈'를 보셨는지.19세기 프랑스 파리의 유명 카바레인 물랑루즈를 무대로 아름다운 뮤지컬 가수와 가난한 시인의 사랑을 그린 이 작품에는 '다이아몬드'라는 단어가 수없이 반복된다.

주인공 샤틴(니콜 키드먼 분)의 별명은 '빛나는 다이아몬드(Sparkling Diamond)'였고,그녀가 부르는 노래 역시 '다이아몬드는 여성의 가장 좋은 친구(Diamonds are girl's best friend)'였다.

다이아몬드가 여성의 영원한 로망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여성들의 끝모를 '다이아몬드 사랑'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다른 유색보석들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매장량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서다. 게다가 보석을 쇼핑할 정도로 여유 있는 여성들은 이미 다양한 스타일의 다이아몬드 반지와 귀걸이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그녀들의 눈길이 색다른 멋을 낼 수 있는 유색보석으로 눈길이 옮아가는 이유다.

◆다이아몬드 능가하는 유색보석들

최근 홍콩 소더비 경매장에서는 5.16캐럿짜리 블루 다이아몬드가 등장했다. 낙찰가는 72억원.예상 낙찰가인 61억원을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5캐럿짜리 핑크 다이아몬드가 112억원에 팔려 다이아몬드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들 두 다이아몬드는 모두 희귀한 색상을 띤 '별종'임을 감안하더라도 이처럼 예상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낙찰된 것은 "쓸 만한 다이아몬드가 고갈되고 있는 만큼 있을 때 잡아두자"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다이아몬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등 전통적인 유색보석도 강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최상급 사파이어로 평가받고 있는 캐시미어 사파이어는 1975년 이후 완전히 고갈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작년 12월 홍콩 크리스티에서 경매한 캐시미어산 16.65캐럿 블루 사파이어를 얹은 반클리프 아펠의 '람세스' 반지는 약 26억원에 낙찰됐다. 똑같은 반지가 2005년 11억원에 팔린 것을 감안하면 4년 만에 2배 넘게 오른 셈이다.

람세스 반지의 경매가를 감안하면 2006년 반클리프 아펠이 제작한 후 4년째 주인을 찾지 못한 '압사라 네크리스'의 가격은 1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이 목걸이에는 캐시미어산 29.88캐럿짜리 블루 사파이어가 세팅돼 있다.

카르티에가 작년 10월 4명의 여왕에 관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세크레 에 메르베이' 컬렉션은 다이아몬드와 최고급 유색보석의 향연이다. '공작새 여왕'은 다이아몬드와 함께 노랑 주황 초록 파란색 사파이어로 공작새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뱀 여왕'은 초록색 에메랄드로 뱀이 춤추는 풀숲을 나타냈다. 카르티에 관계자는 "국내 판매가격은 미정이지만 작품 1개당 10억원 이상에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착한 가격' 유색보석도 눈여겨볼 만

요즘은 사파이어 루비 등 고급 유색보석뿐 아니라 아쿠아마린,블루 토파즈,투르말린,로즈 드 프랑스 등 비교적 저렴한 유색보석들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 5대 주얼리 브랜드로 꼽히는 프랑스 '모브쌩'의 '겔 다무르' 반지가 대표적인 예.'사랑의 속삭임'이란 뜻의 이 반지에는 수정의 일종인 로즈 드 프랑스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다. 다이아몬드로 치면 7.2캐럿에 해당할 정도로 눈에 띈다. 가격은 295만원.모브쌩의 또 다른 인기 상품인 '클레르 베제(키스의 색깔)'의 정중앙에는 0.41캐럿 다이아몬드와 함께 5캐럿이 넘는 블루 토파즈 또는 로즈 드 프랑스가 자리잡고 있다. 가격은 500만원대.

모브쌩을 수입 · 판매하는 배재통상의 김담희 대표는 "로즈 드 프랑스 등 '2차 유색보석'은 사파이어 같은 전통 유색보석보다 저렴하면서도 영롱한 빛을 내기 때문에 최근 들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며 "고객 중 60~70%가 겔 다무르 등 2차 유색보석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가리의 최신 유색보석 컬렉션은 '파렌티지 칵테일' 라인이다. 블루 토파즈,아메시스트 등을 큼직하게 담아내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지름 2㎝짜리 블루 토파즈를 세팅한 반지의 가격은 1070만원이며,같은 크기의 아메시스트 반지는 1130만원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