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로 실종됐던 장병 46명 중 38명이 주검으로 발견된 가운데 시신조차 찾지 못한 실종자 8명의 가족은 가슴이 더욱 미어진다.

함수에 희망을 걸고 16일 함미 현장수색 중단을 요청한 이들은 "우리 아이가 아직 차가운 바다 속에 있다"며 "차라리 시신을 발견한 가족이 부럽다"고 애통해했다.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장병 가족들의 안타까운 심정은 실종자의 사연에 더해져 보는 이들을 눈물짓게 한다.

◇"후배 대신 배탔다.

." 이창기 원사 = 전탐장 이 원사(40)는 전탐 선임하사의 아이가 아프다는 것을 알고 자진해서 상부에 보고해 하함하지 않고 연이어 배를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 원사는 당직이 끝나도 전투정보실에 남아 후배들을 교육할 정도로 해군과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실종자 중 이 원사가 가장 높은 직급인데 혹시 후배들을 구하려다 변을 당한 것이 아니냐"며 실종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함미에서 끝내 시신이 발견되지 않자 이 원사 가족은 "함수에 있을 수 있다.

거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사 형 성기(46)씨는 "동생의 시신이라도 볼 수 있으면.. 그게 지금 내 절실한 소원이다"라고 애끊는 심경을 토로했다.

◇'엘리트' 최한권 상사 = 전기장 최 상사(38)는 탁월한 업무능력을 갖춘 기관부 장병의 '아버지'였다.

생존 장병이 사고로 인한 충격에도 정상적으로 작동한 비상조명등의 불빛을 보고 탈출할 수 있었던 것도 최 상사의 치밀한 정비 덕분이었다.

임관 시 참모총장 우등상을 받은 최 상사는 전기 직별 과정을 1등으로 수료하는 등 전기 분야의 엘리트로 통했다.

많은 부사관은 "최 상사님은 인생의 롤모델이었다"며 애통해했다.

16일 인천시 남동구 만수4동에 있는 최 상사네 집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한 주민은 "최 상사가 홀어머니와 부인, 초등생 딸과 함께 살았는데 시간 날 때마다 학원에 다니며 자기 계발도 게을리하지 않은 성실한 가장이었다"며 "퇴직 후를 대비해 여러 가지 자격증 공부를 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참 군인' 박경수 중사 = 박 중사(30)는 제2연평해전 당시 참수리 357정에서 싸우다 총탄을 맞았지만 부상한 것도 모른 채 전투에 임했던 참 군인이었다.

그러나 '영웅'이라는 주변의 칭찬에도 불구, 정작 박 중사는 동료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오랜 시간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중사의 단골식당 주인 장용여(70)씨는 제2연평해전 직후 "동료가 '경수야. 네가 장한 일을 했다'고 다독이는데도 눈물만 뚝뚝 흘리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했다.

박 중사는 한동안 배를 타지 못하다가 아내 박미선(30)씨와 가족의 격려로 6년 만인 2008년 두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함상 근무를 자원했다.

또 혼인신고만 한 아내와 올해 결혼 10주년을 맞아 '정식'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박씨는 "제2연평해전 때처럼 꼭 살아올 것"이라며 여전히 남편의 생환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소문난 효자 박보람 하사 = 박 하사(24)는 항상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 생각에 노심초사하던 효자였다.

동료들은 "박 하사가 어머니 수술비를 마련하려고 정기적금을 부어 왔다"며 "이번 달이 만기라며 좋아하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 하사 어머니는 아들이 입대 전 선물한 14K 금반지를 어루만지며 기적이 일어나길 눈물로 기원했다.

◇미래의 '선박 조종사' 장진선 하사 = 장 하사(22)는 바쁜 업무 중에도 틈틈이 공부하면서 소형선박 조종사 국가기술자격증 시험을 준비한 학구파였다.

장 하사가 다니던 한국항공전문학교 항공정비과 친구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돈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던 알뜰한 친구"로 장 하사를 기억했다.

현재 장 하사의 미니홈피에는 7천여명의 네티즌이 방문해 장 하사의 귀환을 기원했다.

친척 형 장모씨는 "다 나오는데 넌 왜 안 나오냐"며 "넌 꼭 살아 나와라"고 애타는 심정을 토로했다.

◇당찬 초임부사관 박성균 하사 = 올 1월 천안함에 승선한 박 하사(21)는 어린 나이에도 "간부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며 거센 파도에도 멀미약을 먹거나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은 당찬 부사관이었다.

또 부사관 능력평가시험 준비를 위해 당직이 끝난 뒤 보수공작실에서 전문서적을 공부할 정도로 자기계발에 열심이었다.

박 하사의 아버지는 "희생자들이 애초 해군 당국이 예상했던 위치와 다른 곳에서 발견된 경우가 많아 다른 실종자들도 예상치 못한 곳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함수의 조기 인양과 수색을 군 당국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박 하사의 모교인 경남 창원공고는 순직 장병 및 실종자 가족을 위한 모금 운동과 함께 애도기간을 정하고 추모행사를 할 예정이다.

◇"천안함이 좋다" 강태민 일병 = 가스터빈병 강 일병(21)은 함정근무 6개월이 지나 육상부대로 옮길 수 있었지만, 가족적인 천안함이 좋다며 잔류 요청을 했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강 일병의 할머니 김유순(74)씨는 "작년 겨울 마지막으로 봤는데 '잘 있으니까 걱정 말라'고 했었다"면서 "아직 시신도 못 찾았다.

끝까지 찾아봐야지..끝까지"라고 울먹였다.

강 일병의 큰아버지 정식(55)씨는 함미 현장수색 중단에 대해 "'아쉽다'는 표현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미어진다"면서도 "함미 수색중단은 다른 사람도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함미가 평택으로 오면 가족들이 다시 한번 들어가서 확인할 것"이라면서 "배 안의 유품들도 찾아봐야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승선 두달 새내기 정태준 이병 = 정 이병(20)은 동의과학대 전기과를 휴학하고 지난 2월 천안함에 오른 '새내기' 병사다.

정 이병은 고(故) 장철희 이병이 오기 전까지 천안함 막내로, 맡은 직무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으로 가득해 선임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었다.

또 사고 보름 전 휴가를 나와 부모님에게 석 달간 꼬박 모은 월급을 드리며 "제대하면 호강시켜 드리겠다"고 말하던 듬직한 아들이었다.

정 이병은 가뜩이나 넉넉지 않은 형편에 지난해 어머니가 가슴에 생긴 종양 때문에 큰 수술을 받아 전세금 일부를 수술비로 쓰게 되자 입대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이병의 어머니는 "엄마로서 '돌아오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평택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