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집값 '뚝뚝'‥황사 낀 부동산시장 틈새 투자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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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하락vs일시조정‥베이비붐 새대 은퇴…본격 집값하락
이런 곳에 투자를…전고점보다 30%이상 싼 급매물
이런 곳에 투자를…전고점보다 30%이상 싼 급매물
봄은 왔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쌀쌀하다. 황사(黃砂)와 안개까지 겹쳤다. 수도권에서 조차 아파트 값이 뚝뚝 떨어지고 팔리지 않은 미분양 아파트가 무더기로 매물로 나온 '통매각'까지 등장했다.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은 한 치를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효과적인 전략을 짜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파트 값이 더 내리기를 기다리거나 월세형 부동산 등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측은 다급해졌다.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좋은 조건에 물건을 처분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부동산 시장 침체 지속
요즘 부동산 시장은 '비관론'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부동산 불패 신화나 대세 상승을 읊조리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가격 상승곡선이 최고점에 달했던 '꼭지점'에 집을 샀다가 낭패를 본 투자자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부동산 시장 동향지수라고 볼 있는 아파트 값은 연일 하락세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과 신도시,기타 수도권 지역의 18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은 5주째 떨어졌다. 분당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시가보다 1억원 넘게 값을 내린 급매물도 적지 않다. 아파트 시장을 주도해온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달 초 안전진단을 통과한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안전진단 통과 당시 10억원 선이던 102㎡형의 경우 저층 급매물은 평균 9억4000만~9억5000만원선에 매물로 나온다. 그러나 찾는 사람은 없다는게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일시조정 VS 대세하락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될지,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 일반인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전망을 따르느냐에 따라 투자 패턴도 전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대세 하락을 점치는 사람들이 내놓는 주장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인구구조의 변화다. 수도권의 경우 오는 2014년부터 30~40대 인구층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보유주택을 대거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전주곡'이라는 것이다.
대세하락은 아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 속도를 앞질러 회복한 집값이 점진적 조정국면에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정부가 지난 1~2년간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해 추진해온 인위적 부동산 경기 부양책의 부작용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구조조정은 커녕 오히려 '미니버블(mini bubble)'을 조장시켜 시장 참여자들에게 혼선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완만한 하락세가 이어지겠지만,급락할 가능성에는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김희선 부동산 114 전무는 "집값이 급락하려면 금융 등 외부충격이 작용해야 하는데 현 상황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관망하는 수준이어서 버블 붕괴와 같은 대세하락이 닥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급매물 아파트 노려볼 만
'떨어지는 낙엽은 급하게 잡을 필요가 없다'라는 투자 격언이 있다. 침체기 투자전략의 제1원칙은 보수적인 접근이다. 전문가들은 철저하게 급매물 위주의 투자를 권장하고 있다. 대세하락은 아니더라도 당분간 추가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거품이 더 빠질 때를 기다리라는 조언이다.
건설업체들이 지난 4~5년간 고분양가로 아파트를 공급한데다 최근 주변시세보다 싼 보금자리 주택 등이 쏟아져 나오면서 급매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다. 최근 경매시장이 북적이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현재 상황으로선 전 고점 대비 30% 이상 싼 물건이라야 급매물로서 가치가 있다"며 "가격 외에도 주변지역에 입주물량이 많아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지,개발호재가 있는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월세형 부동산도 유망
독신자 등 1인 가구 증가와 베이비 부머 은퇴가 늘어나면 아무래도 고정적인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소형 부동산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하철 역세권 주변의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등 10~15평 안팎의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유망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근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공급물량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다만 월세형 부동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건물 값이 크게 올라 예전처럼 연 7~8% 가량의 수익률이 나오기 어려운 곳도 적지 않다"며 "분위기에 휩쓸린 무분별한 투자보다는 실질 수익률을 정확히 따지는 투자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