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세계 경제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선진국 소비가 줄어들고 원화가치가 상승해 앞으로 수년간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18일 ‘2010~2015 글로벌 경제환경 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세계경제는 2000년대 중반 평균 4% 이상의 고성장세로 다시 복귀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2000년대 중반의 고성장에 대해 “저금리와 금융시장 과열로 자산가격 거품이 발생했고,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소비가 늘어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개도국이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충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앞으로 수년간은 이런 추세가 재개되기 어렵다”고 전했다.출구전략이 시행되면 금리가 높아지고 소비가 줄어든다.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약화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다.이는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아울러 “선진국에서 금융위기 전 쌓인 부채를 갚기 위해 씀씀이를 줄이는 디레버리지가 일어날 수 있고,개도국이 고성장하더라도 소비 견인력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주요 선진국들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가까운 수준으로 급격히 늘고 국가부채 규모가 빠르게 확대된 것도 선진국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꼽혔다.철강 조선 정유 자동차 등 산업 부문별로 과잉설비 조정도 이뤄질 것이라고 연구원은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됐다.“중국 노동력의 평균 임금이 높아지며 위안화가 꾸준히 절상되면 중국산 제품의 수입가격이 오르게 된다”는 것.유가가 30달러대까지 내려갔던 2000년대 중반과 달리 자원가격 상승기조가 예상된다는 점도 인플레 요인이다.달러화와 엔화는 약세를 보이겠지만 유로화는 유로존 체제가 보완되면 강세를 띨 수 있다고 연구원은 전망했다.이는 “그동안 낮은 원화가치 덕을 봤던 우리 기업들 입장에선 상당히 힘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라고 연구원은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개방·자유화를 강조하던 세계화 규범 대신 각국 정부,특히 신흥 개도국의 발언권이 강화되는 ‘뉴노멀’ 기조가 등장할 것이라고 연구원은 강조했다.연구원은 “선진국 기업과 시장 중심의 권력이 줄어들고 그 틈을 개도국 기업들과 각국 정부가 차지할 것”이라며 “그간 기업 대 기업의 경쟁에 익숙했던 우리 기업들로서는 ‘심판’ 대신 ‘선수 겸 코치(플레잉 코치)’가 된 각국 정부를 상대하기 당혹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이번 금융위기의 충격이 일견 매우 쉽게 지나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세계경제의 저성장과 새로운 경쟁 환경,원화가치 절상 등의 위협 요인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하는 기업은 머지 않아 진짜 위기의 실체에 직면할 수 있다”며 기업들의 대비를 촉구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