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전 세계적인 대량 리콜(회수 후 무상수리)과 미국 의회 청문회 출석 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아직도 '리콜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규모지만 결함 자동차의 리콜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데다 미 하원은 다음 달 또다시 도요타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도요타는 지난달 말 글로벌 품질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재기를 다짐했지만 주변 상황은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미국 하원의 에너지상업위원회는 다음 달 다시 도요타자동차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고 일본의 NHK방송이 17일 보도했다. NHK는 미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의 헨리 왁스먼 위원장이 도요타 미국 판매법인의 짐 렌츠 사장에게 서한을 보내 다음 달 6일 청문회 개최를 통보하고,출석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왁스먼 위원장은 또 렌츠 사장에게 "청문회에 출석할 때 도요타가 급가속의 원인 규명을 위해 객관적 조사를 의뢰한 제3의 조사기관과 맺은 계약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에너지상업위원회는 올 2월25일 도요다 아키오 사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도요타자동차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했으나 문제의 핵심인 급가속과 전자제어시스템의 연관성은 규명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상업위원회는 다음 달 공청회에서 도요타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급가속 원인 조사와 새로 불거진 의혹 등을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리콜도 끊이지 않고 있다. 도요타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된 미니밴 시에나 87만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논란이 돼온 스페어 타이어 지지 케이블 부실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다. 도요타의 미국 판매 법인은 성명을 통해 "1998~2010년 제작된 시에나 모델이 제설작업으로 염분이 축적된 도로를 장기간 운행할 경우 스페어 타이어 지지 케이블이 크게 부식될 가능성이 있다"며 리콜 이유를 설명했다.

도요타는 "문제점 개선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개선 방법이 나오기 전까지 시에나 운전자들은 인근 판매점에서 임시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리콜 조치로 도요타의 전체 리콜 규모는 800만대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도요타는 최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 미국의 소비 전문 잡지로부터 '타서는 안 될 차'로 선정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미국의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는 지난 13일 "렉서스의 SUV인 'GX460'모델이 급회전 때 전자 제어장치가 작동하기 전에 차체의 뒷부분이 미끄러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차량 전복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도요타가 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GX460에 '사지 마세요: 안전 위험(Don't Buy: Safety Risk)' 등급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GX460의 판매를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도요타는 대규모 리콜과 관련,미국 교통부로부터 부과받은 1637만달러의 과징금을 이의 제기 없이 내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도요타는 과징금은 모두 납부하기로 했지만 차량 결함을 의도적으로 은폐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미 교통부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교통부는 지난 5일 도요타자동차의 가속페달 결함에 따른 급가속 · 급발진 문제와 관련,작년 9월 말 도요타가 이를 인지하고도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신속하게 통보하지 않은 증거를 갖고 있다며 자동차업체 역대 최고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도요타자동차 내부에서는 결함을 은폐하는 등의 법률 위반이 없었다며 과징금 지불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를 조기 수습하기 위해 미 교통부의 제재에 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의 과징금 납부는 시인 여부와 관계없이 '결함 은폐'를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이어서 리콜을 둘러싸고 미국 등에서 제기된 100여건의 집단소송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