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파워-2부 대도약] (1) 富幇脫貧!…19개 부자省 세수 5%씩 걷어 신장 개발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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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점ㆍ선ㆍ면의 기적
<富幇脫貧!= 부자가 가난한 사람 도와 빈곤에서 벗어나게 한다 >
<富幇脫貧!= 부자가 가난한 사람 도와 빈곤에서 벗어나게 한다 >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역사는 2010년이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 지난 15일 베이징에서 만난 신장위구르자치구 정부 관계자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광둥성 등 세수가 많은 19개 성 · 시에서 매년 세 수입의 5%를 신장에 지원토록 하는 규정이 다음 달 국무원에서 통과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에 따라 먼저 부를 축적한 광둥성과 상하이 등의 자금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이들 지역의 4분의 1 수준(2811달러)에 불과한 신장지역 개발에 쓰인다는 것.소위 '부방탈빈(富幇脫貧 ·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도와 빈곤에서 벗어나게 한다)'이 중국의 개발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셈이다.
"'부방탈빈'은 중국의 경제발전 전략이 중요한 고비를 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리샹양 사회과학원 세계정치경제연구소 부소장) 개혁개방 이후 일관한 성장 방식인 '점 · 선 · 면(點 · 線 · 面) 전략'의 마지막 단계인 '면의 확장'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지금 동부 연안의 부(富)를 중국식 방법으로 대륙 전체로 확산시키는 새로운 발전모델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는 게 박한진 KOTRA 베이징센터 부장의 평가다.
◆전국이 경제특구
"덩샤오핑의 점,장쩌민의 선,후진타오의 면." 전태동 주시안 총영사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경제발전사를 이렇게 정리했다. 특정 지역 몇 곳을 개발한 뒤 이를 연결,발전 벨트를 형성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전국을 부흥시킨다는 게 '점 · 선 · 면 전략'이다. 덩샤오핑 전 군사위원회 주석은 개혁개방을 선언한 뒤 1980년 선전 주하이 하이난 샤먼 산터우 등 남부 연안에 5개의 점을 처음으로 찍었다.
이후 선전 광저우 상하이 톈진 다롄 등을 연결한 성장벨트가 장쩌민 전 국가주석 때 만들어졌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서부대개발 중부궐기 등의 기치를 걸고 동해 연안의 성장벨트를 내륙으로 본격 확산시키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하늘에서 중국에 돌을 던지면 경제개발구에 떨어진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무수한 경제특구가 만들어졌다. 작년 말 현재 국가급 기술개발구 67개,고도산업기술개발구 56개,보세구 13개,가공무역특구 60개….여기에 지방정부가 조성한 개발구까지 합치면 중국 전체가 경제특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륙의 발전 속도는 중국 평균을 훨씬 웃돈다. 지난해 성장률 1위는 네이멍구자치구(15.3.%)이고 안후이성 쓰촨성 닝샤자치구 등이 뒤를 이었다. 내륙지방이 상위 5위에 모두 오른 점이 주목된다. 이들은 GDP 규모 1위인 광둥성의 성장률(5.8%)을 2~3배씩 앞질렀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최근 '내륙개발로 연안 지방의 민공황(농촌 출신 도시노동자 부족 현상)이 악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쓰촨성의 농민공들이 멀리 광저우나 선전으로 가지 않더라도 고향 근처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기 때문"(박 부장)이다. 광둥성이 지난 8일 산시성(陝西省) 시안에서 열린 중국 동서부 협력 및 투자 무역상담회에 중국 지방정부로는 처음 단독 전시관을 만들어 광둥 물건을 세일즈한 것은 그만큼 서부지역의 구매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외국인 투자도 활발해졌다. 내륙의 충칭시에 휴렛팩커드가 연간 2000만대의 노트북 PC를 생산하는 라인을 지난해 설립하는 등 4000여개의 기업이 최근 2~3년 사이에 공장을 세웠다. 쓰촨성 청두시는 5000명의 외국인이 집단 거주할 수 있는 '톈푸국제커뮤니티'를 서부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세우겠다고 올초 발표했다.
◆급속히 바뀌는 경제지도
면의 확장 단계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이 서부지역이다. 네이멍구자치구 티베트자치구 신장위구르자치구 쓰촨성 충칭시 등 서부 12개 성 · 시를 개발하는 서부대개발은 지난해 말로 10년간의 1단계 공정을 마쳤다. 이제 2단계인 '다음 10년'이 시작됐다. "2000년부터 작년 말까지 103개 프로젝트에 1조7400억여위안(295조원)을 투입한 1단계가 베이징과 티베트의 라싸를 연결하는 하늘열차(칭짱열차) 완공 등 기반시설 구축 기간이었다면 2단계는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다. "(전 총영사)
서부지역을 동해 연안과 맞먹는 산업지대로 만든다는 의지는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산시성 시안에 건설 중인 '물없는 항구' 강우취에서 잘 나타난다. 여의도의 5.3배에 달하는 44.6㎢ 크기로 조성하고 있는 시안 강우취는 세관 심사 기능이 있는 서부지역의 물류집합지라는 의미에서 '내륙항'이란 이름이 붙었다. 중국 내륙지방에서 생산한 물건들은 이곳에서 세관 심사 등을 통과하면 곧바로 육로를 통해 바다의 항구로 보내져 수출선에 실린다. "바다를 낀 선전이 중국 개혁개방의 1번지라면 시안 강우취는 서부 도약의 1번지"(쑨이민 강우취관리위원회 부주임)라고 할 수 있다. 주징지 산시성(陝西省) 부성장은 "강우취 건설은 중국 내륙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옛 실크로드의 복원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접경지역 개발 가속화
두만강 유역을 개발하는 '창지투(창춘-지린-투먼)' 개발 프로젝트는 중국 북방 개발의 하이라이트다. 랴오닝성 다롄 등에 머물러 있던 연안벨트를 내륙인 지린성의 두만강 지역을 거쳐 한국 동해까지 확산시킨다는 게 목표다. 북한~러시아~중국을 연결하는 동북부의 물류거점을 만든다는 것.이를 위해 중국 훈춘에서 북한 라진 간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또 두만강과 압록강변을 따라 고속도로를 확장하고 있다.
중국 남부에서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교역기지로 광시자치구에 베이만특구가 만들어졌다. "베이만특구가 아세안 국가들과 중국 내륙의 교역을 잇는 바다의 실크로드 역할을 하면 해상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것"(장샤오친 광시자치구 친저우시 서기)이란 전망이다.
뤼싱 홍콩 중국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동부 해안 지방과 내륙 간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내륙 개발은 중국 정부로서도 시급한 과제"라며 "향후 중국 경제의 성장엔진은 동부 해안에서 내륙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