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이 전국 법원 가운데 처음으로 재판 진행과정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대전지방법원(법원장 김용헌)은 이달 말부터 검사와 변호사,원고와 피고 및 방청객들을 대상으로 재판부의 재판진행 및 법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설문 문항은 재판의 내용에 대한 사항은 배제되고 재판진행에 관한 사항만 포함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판사가 의견 청취에 집중하는지 여부,변론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지 여부,재판의 효율성 및 친절한 진행,재판장의 음성과 용어의 명확성 등 12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표준설문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설문 응답자들은 법정에서 나갈 때 법원 경위에게 설문지와 회송봉투를 받아 무기명으로 작성한 뒤 법정 밖에 설치된 수거함에 넣거나,반송봉투에 넣어 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이 조사는 대전지법 소속 모든 재판부를 대상으로 하며,결과는 법관의 재판방식 개선에 활용될 예정이다. 재판장은 평가표를 보고 개선할 부분을 참고하게 된다. 그러나 대전지법은 이 평가내용을 점수로 매겨 인사평정에 반영하거나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대전지법 관계자는 "재판절차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이 재판진행 과정에서 진정 원하는 사항이 무엇인지 그 생생한 목소리를 재판부에 여과없이 전달하기 위해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며 "이번 설문조사는 일선 판사들이 먼저 평가를 받아보겠다고 나선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