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출근' 하는 회장님…"7월1일은 SK 새역사 쓰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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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차이나' 출범 앞두고 최태원 회장, 올 들어 6번 출장
계열 CEO들과 전용기서 회의…"차이나 인사이더가 되자" 주문
계열 CEO들과 전용기서 회의…"차이나 인사이더가 되자" 주문
올 들어 해외 출장을 열심히 다니는 재계 총수 중 한 명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올해외 출장 횟수는 벌써 6번.한번에 짧게는 2~3일,길게는 일주일씩 머문다. 올 들어 4개월이 채 못되는 사이 해외에 체류한 기간이 한 달가량 된다.
그러나 SK직원들은 '회장이 해외 출장갔다'는 말을 쓰지 않는다. 대신 '제2사무실로 출근했다'고 표현한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사옥이 최 회장의 제1사무실이라면 제2사무실은 중국 본사인 베이징시 창안제의 SK다샤(빌딩)다. 6번의 해외 출장도 모두 이곳이었다.
◆항우(項羽)의 임전 자세로
베이징에 제2사무실을 차린 최 회장에게는 D-데이가 있다. 7월1일.중국에 진출한 SK그룹 13개 계열사,90여개 현지법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중국 통합법인 'SK차이나'의 출범일이다. 중국에 진출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중국사업의 새 모멘텀이 바로 SK차이나다.
요즘 중국을 오가는 최 회장의 심정은 초한지 항우의 그것과 흡사하다. 올초 신년사에서 항우의 말을 빌려 '파부침주(破釜沈舟)'로 결의를 다졌다.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 앉힌다'는 임전 자세로 중국 시장에서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비장한 각오라고 그룹 관계자들은 전했다.
◆전용기에서 사장단 회의
최 회장은 지난 7~14일에도 중국에 있었다. 자신이 이사로 있는 중국판 다보스포럼인 보아오포럼 참석과 함께 SK차이나 점검을 위해서다. 중국 보아오포럼은 그가 매년 참석하는 행사다. 예년에는 한두 명의 CEO만 함께 갔지만,SK차이나 출범을 앞두고 계열사 주요 CEO들이 대부분 출동했다. 최재원 SK E&S 부회장,김신배 SK C&C 부회장,SK차이나 초대 총괄사장에 임명된 박영호 SK홀딩스 사장,구자영 에너지 사장,이창규 네트웍스 사장,서진규 텔레콤 C&I 사장,김태진 SK차이나 CMS 사장 등이다.
최 회장과 계열사 CEO들이 이 포럼에서 가장 주력한 것은 중국내 네트워크 구축이다. 최 회장은 시노펙과 함께 중국 양대 정유사의 하나인 중국해양석유(CNOOC)의 푸청위 총재 등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포럼 마지막날인 지난 11일에는 처음으로 SK그룹 주최의 조찬간담회까지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중국 최고 권위의 관영 경제연구소인 중국국민경제연구소의 판강 소장과 로버트 호맷 미국 국무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최 회장과 계열사 CEO들은 출장길 내내 전용기를 타고 움직였다. SK그룹은 최 회장 지시로 지난해 말 보잉사가 제작한 16인승 전용기를 구입했다. 최 회장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귀국길 전용기에서 CEO들에게 "(보아오포럼을 통해)중국에 와서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는지 듣고 보면서 차이나 인사이더가 되기 위한 좋은 시간이었다"고 만족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차이나 그룹 성장사의 3대 전기
삼성 현대자동차 LG를 포함한 국내 4대 그룹 중 수출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SK다. 삼성과 LG가 각각 80%와 70%대,현대차그룹도 50%를 넘지만 SK그룹은 40% 정도에 불과하다.
최 회장이 중국에 집중하는 데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면 내수 중심의 사업틀을 깨야 한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중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1등 기업이 될 수 없다''생존의 해법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 있다'고 임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그룹은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국판 장학퀴즈인 'SK장웬방'을 10년째 후원한 데 힘입어 최근 중국 국영 CCTV가 뽑은 '중국인의 마음속에 들어가 있는 글로벌 10대 기업'중 HSBC,GM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한 · 중 수교에 맞춰 일찌감치 중국에 들어가 90여개 현지 법인까지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는 중국내에서 그룹 역량을 제대로 결집시키지 못한 것이 주 요인으로 SK측은 꼽고 있다. 중국 통합법인인 SK차이나를 출범시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SK차이나 초대 사장에 임명된 박영호 SK홀딩스 사장은 최 회장이 가장 신임하는 CEO 중 한 사람이다.
SK그룹은 텔레콤 · 에너지 · 네트웍스 등 주력 계열사들의 주요 임원들과 핵심 사업 등을 중국에 전진 배치하는 등 7월1일 D-데이에 앞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SK차이나의 출범은 유공(SK에너지의 전신) 인수,통신사업 진출에 이어 그룹의 성장사에 한획을 긋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민/이정호 기자 smyoon@hankyung.com
그러나 SK직원들은 '회장이 해외 출장갔다'는 말을 쓰지 않는다. 대신 '제2사무실로 출근했다'고 표현한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사옥이 최 회장의 제1사무실이라면 제2사무실은 중국 본사인 베이징시 창안제의 SK다샤(빌딩)다. 6번의 해외 출장도 모두 이곳이었다.
◆항우(項羽)의 임전 자세로
베이징에 제2사무실을 차린 최 회장에게는 D-데이가 있다. 7월1일.중국에 진출한 SK그룹 13개 계열사,90여개 현지법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중국 통합법인 'SK차이나'의 출범일이다. 중국에 진출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중국사업의 새 모멘텀이 바로 SK차이나다.
요즘 중국을 오가는 최 회장의 심정은 초한지 항우의 그것과 흡사하다. 올초 신년사에서 항우의 말을 빌려 '파부침주(破釜沈舟)'로 결의를 다졌다.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 앉힌다'는 임전 자세로 중국 시장에서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비장한 각오라고 그룹 관계자들은 전했다.
◆전용기에서 사장단 회의
최 회장은 지난 7~14일에도 중국에 있었다. 자신이 이사로 있는 중국판 다보스포럼인 보아오포럼 참석과 함께 SK차이나 점검을 위해서다. 중국 보아오포럼은 그가 매년 참석하는 행사다. 예년에는 한두 명의 CEO만 함께 갔지만,SK차이나 출범을 앞두고 계열사 주요 CEO들이 대부분 출동했다. 최재원 SK E&S 부회장,김신배 SK C&C 부회장,SK차이나 초대 총괄사장에 임명된 박영호 SK홀딩스 사장,구자영 에너지 사장,이창규 네트웍스 사장,서진규 텔레콤 C&I 사장,김태진 SK차이나 CMS 사장 등이다.
최 회장과 계열사 CEO들이 이 포럼에서 가장 주력한 것은 중국내 네트워크 구축이다. 최 회장은 시노펙과 함께 중국 양대 정유사의 하나인 중국해양석유(CNOOC)의 푸청위 총재 등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포럼 마지막날인 지난 11일에는 처음으로 SK그룹 주최의 조찬간담회까지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중국 최고 권위의 관영 경제연구소인 중국국민경제연구소의 판강 소장과 로버트 호맷 미국 국무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최 회장과 계열사 CEO들은 출장길 내내 전용기를 타고 움직였다. SK그룹은 최 회장 지시로 지난해 말 보잉사가 제작한 16인승 전용기를 구입했다. 최 회장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귀국길 전용기에서 CEO들에게 "(보아오포럼을 통해)중국에 와서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는지 듣고 보면서 차이나 인사이더가 되기 위한 좋은 시간이었다"고 만족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차이나 그룹 성장사의 3대 전기
삼성 현대자동차 LG를 포함한 국내 4대 그룹 중 수출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SK다. 삼성과 LG가 각각 80%와 70%대,현대차그룹도 50%를 넘지만 SK그룹은 40% 정도에 불과하다.
최 회장이 중국에 집중하는 데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면 내수 중심의 사업틀을 깨야 한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중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1등 기업이 될 수 없다''생존의 해법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 있다'고 임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그룹은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국판 장학퀴즈인 'SK장웬방'을 10년째 후원한 데 힘입어 최근 중국 국영 CCTV가 뽑은 '중국인의 마음속에 들어가 있는 글로벌 10대 기업'중 HSBC,GM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한 · 중 수교에 맞춰 일찌감치 중국에 들어가 90여개 현지 법인까지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는 중국내에서 그룹 역량을 제대로 결집시키지 못한 것이 주 요인으로 SK측은 꼽고 있다. 중국 통합법인인 SK차이나를 출범시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SK차이나 초대 사장에 임명된 박영호 SK홀딩스 사장은 최 회장이 가장 신임하는 CEO 중 한 사람이다.
SK그룹은 텔레콤 · 에너지 · 네트웍스 등 주력 계열사들의 주요 임원들과 핵심 사업 등을 중국에 전진 배치하는 등 7월1일 D-데이에 앞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SK차이나의 출범은 유공(SK에너지의 전신) 인수,통신사업 진출에 이어 그룹의 성장사에 한획을 긋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민/이정호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