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 이상을 맡겨야 가입할 수 있는 '통 큰' 자문형랩 상품이 나왔다. 부동산과 펀드시장에서 등을 돌린 거액 자산가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증권은 19일 최우량고객(VVIP)을 대상으로 최소 가입금액이 10억원인 자문형랩 '삼성SAA(독립자문계좌)'를 내놓고 호텔신라지점과 테헤란지점에서 판매중이라고 밝혔다. 자문형랩은 증권사가 추천 포트폴리오 등의 자문을 제공하면 투자자들이 이를 참고해 직접 계좌를 운용하는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서비스) 상품 중 하나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랩어카운트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 수준이라 업계에서는 10억원 이상 고객만 노린 삼성SAA의 출시를 파격적인 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거액 자산가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웬만한 투자자문사보다도 가입금액 기준이 3~5배 많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이 이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이유는 부동산과 펀드시장 등에서 이탈한 '갈 곳 없는' 거액 자산가들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최근 자산가들의 돈이 몰리고 있는 투자자문사들과 경쟁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VVIP를 대상으로 내놓은 상품인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걸었다. 일단 수수료를 대폭 낮췄다. 기존 자문형랩 수수료는 가입금액의 1.2~3.2%였으나 이 상품은 0.2~1%로 크게 내렸다. 대신 자문사처럼 수익이 나면 성공보수를 받는다. 5~10%의 수익이 나면 수익의 10%,10~20% 수익이 나면 15%를 받는다.

자문을 해주는 상품도 다양해졌다. 주식형랩과 펀드랩으로 구분된 기존의 자문형랩과 달리 주식과 펀드에 대해 한꺼번에 자문을 받을 수 있다. 삼성증권은 이 상품을 기존의 자문형랩과 달리 자문사의 자문을 받지 않고 직접 운용하기로 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최우량 고객들은 투자 욕구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증권사가 일임받아 운용하는 일임형랩보다 투자자가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자문형랩에 더 관심이 많다"며 "저렴한 수수료로 다양한 투자 욕구에 충족시키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