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외국의 매서운 추격보다 온라인게임을 무조건 죄악시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더 무섭습니다. " 게임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작년 15억달러의 수출 성과를 올린 문화콘텐츠인 온라인게임을 놓고 격려는커녕 질타의 목소리만 큰 탓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추진 중인 게임 셧다운 법제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19일 여가위 법안소위는 김재경 의원(한나라당)과 최영희 의원(민주당)이 각각 대표발의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병합심의할 예정이다. 김 의원안은 자정부터 이틀날 아침 6시까지 청소년에게 온라인게임을 서비스 못하게 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최 의원안은 부모 등 친권자가 요청하면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담고 있다. 최 의원은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막을 장치를 도입하라고 수년 전부터 요구했음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법제화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사실은 이와 다르다. 리니지 등 77개 온라인게임에 이미 선택적 셧다운제가 적용돼 있다. 오는 9월께 강제적 셧다운제를 적용한 게임도 나온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임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피로도 시스템도 15개 게임에 도입된다. 게임업계의 자발적인 행보에 따른 것이다.

이중규제 논란도 일고 있다. 문화관광체육부 관계자는 "게임법이 따로 있는 현실에서 청보법 상 유해매체물에 해당되지 않는 게임을 청보법으로 제한하려는 것은 명백한 이중규제"라며 "게임 특성에 맞게 게임중독 예방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게임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데도 여가위가 셧다운제 법제화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소년보호를 우선시하더라도 일률적 규제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성흠 국민대 교수는 "게임 특성에 맞게 업계가 자율적으로 청소년보호 장치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나친 규제는 기업의 창의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업계의 위기감은 어느때보다 높다. 비단 셧다운제 때문만은 아니다. 게임이 연루된 사건사고만 터지면 어김없이 매도당하고 새로운 규제가 더해져서다. 이런 상황에서 셧다운제는 또다른 셧다운제를 낳을 게 뻔하다. 한국 온라인게임의 미래가 밝을 수 없는 이유다.

박영태 산업부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