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환갑을 맞은 '영원한 오빠' 조용필(60).그는 '가왕(歌王)'답게 완벽주의자다. 다음 달 28~29일 5만여명을 수용하는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사랑콘서트-러브 인 러브(LOVE IN LOVE)'를 갖는 그는 무대를 설명할 때도 분,초 단위까지 끊어가며 묘사했다.

"처음 무대가 분리될 때 걸리는 시간은 70초,오프닝 애니메이션 영상은 2분25초…."

공연 준비에 한창인 그를 지난 16일 저녁 서초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그는 환갑에도 최고의 가창력을 선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쳤다.

"나이요? 큰 의미 없습니다. 생일도 평소 잘 챙기지 않거든요. 목소리도 10년 전 앨범을 들어보면 지금과 다를 것 없죠.언젠가 목소리가 바뀌겠지만 아직은 원곡의 음역대로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어요. 힘들면 음정을 내려서 부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노래하느니 차라리 은퇴하는 게 낫죠.예전 예술의전당에서 2주 내내 공연할 때 목 관리를 위해 딱 한번 반 음을 내려 부른 적이 있는데 후회막급입니다. 외국 아티스트들은 나이 들면 종종 그렇게 하던데 저는 꺼림칙해서 못해요. "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도 남다르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AFKN 라디오를 듣는다. 좋아하는 올드팝뿐만 아니라 최신 유행곡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기계들이 좋아져서 녹음 방법까지 많이 바뀌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데뷔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공연 연출까지 한다는 것.단순히 노래만 부르는 것을 넘어 공연 기획과 제작,영상물 제작까지 총지휘한다. 물론 무대에 오르는 순간은 '가수 조용필'로 돌아간다.

이번 공연도 '블록버스터'다. 소아과 전문병원 등과 연계해 수익금을 소아암 어린이 치료에 쓰는 자선 공연으로 이틀간 총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니 기부 공연으로는 최대 규모다. 공연 제작비도 지난해(20억원)보다 세 배나 더 들였다. 무대는 가로 120m,세로 33m로 초대형이다. 무대에서 조명,영상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무대 빌딩 속에 무엇을 보여줄지'에 초점을 맞췄다. "주경기장이 한 폭의 그림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3000~4000명 규모의 실내 공연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주경기장은 워낙 넓어서 아주 큰 그림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소리가 공연장 끝까지 전달되기 어렵고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관객과의 스킨십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무빙 스테이지(움직이는 무대)' 연출을 도입했다. 공연이 60% 정도 진행될 때 메인 무대에서 또 다른 무대가 지상에서 6m 뜬 상태로 객석 끝까지 다가가도록 한 것.무빙 스테이지는 70초 만에 중앙 무대에 안착한 후 다시 떠서 그라운드석 위로 80m까지 뻗어나간다. 특히 그라운드석 위에서 여러 형태로 모양이 바뀌며 장관을 이룰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음향도 매일 주경기장에 가서 점검하고 있다. 새로운 음향 장비를 도입해 작년보다 음질이 몇 배나 좋다고 그는 설명했다. 레퍼토리를 큰 무대에 맞게 새로 편곡하고 오프닝을 3D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장식하는가 하면 조용필 공연의 전매특허인 초대형 LED 무대와 각종 특수효과까지 곁들인다.

"해외 유명 아티스트는 내한 공연에서 히트곡만 불러도 되지만 국내에서 계속 활동한 저는 그렇지 않아요. 매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죠."

그는 온 가족이 함께하는 공연을 꿈꾼다. 1990년 중반 미국의 팝그룹 비치보이스 공연을 보면서 '나도 할아버지와 손자가 손잡고 공연장을 찾게 만들어야지'라고 다짐했다는 것.

이번 공연 준비 때문에 새 음반 작업도 멈췄다. 그는 "이번에 완벽한 공연을 보여주지 못하면 무대에서 내려올 각오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연에 앞서 그는 어린이날인 5월5일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자선 무대도 갖는다. 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이끄는 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히트곡 두 곡을 부를 예정이다. 올 가을부터는 새 브랜드를 걸고 지난해 신종플루 여파로 공연을 취소한 3개 도시를 포함해 총 8개 도시 투어를 펼친다. 9만~15만원.1544-1555,1566-1369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