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 첫 공식 입장을 내놓고 "어뢰나 기뢰 공격 등 북한관련설은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 군사논평원은 지난 17일 논평을 통해 "남조선 괴뢰정부 호전광들과 우익 보수 정객들은 천암함 침몰 원인을 규명할 수 없게 되자 불상사를 우리와 연계시켜 보려고 어리석게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는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다. 민 · 군합동조사단의 현장조사 결과 외부 폭발에 의해 천암함이 침몰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제기되고 있는 '북한 연계설'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애초에 북한 관련설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미국까지 변화의 조짐을 보이자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과거 증거가 명확한 경우에도 자신들의 소행을 그대로 시인하지 않았다. 1983년 아웅산 폭발 사건 때나 1985년 KAL기 폭파 사건 때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던 게 바로 북한이다. 특히 이번 논평을 보면 "천암함 사건을 통해 안보 문제를 부각시켜 6 · 2 지방선거의 여러 악재를 덮으려는 속셈"이라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주장을 펴며 우리의 내부 분열까지 획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이 어떻게 나오는지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남북관계에서 갖은 협박과 생떼를 써온 과거 행태를 감안하면 군사논평원 주장 역시 일고의 가치도 없다. 우리 스스로도 사고 원인에 관해 불필요한 추측을 할 필요가 없다. 민 · 군합동조사단의 정밀조사를 토대로 폭발원인에 관한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찾는 게 더 급하다. 외국전문가들도 그 결과에 확실하게 동의할 수 있는 치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어뢰에 의한 폭발로 드러날 경우 그 파편이 어느 나라 제품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증거를 찾아야만 우리가 분명한 대응 방안을 결정할 수 있다. 그것만이 우리의 대응방안에 대한 국제 사회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