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주말 월스트리트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사기 혐의로 제소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증권을 모아 부채담보부증권(CDO)이라는 파생상품을 만들어 팔면서 이 상품의 배후(背後)에 대형 헤지펀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10억달러의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폴슨 앤드 코'라는 이 헤지펀드는 주택 버블이 꺼질 것을 예상, CDO 가격이 하락하면 자신들이 큰 수익이 나도록 CDO를 설계해 스스로 거래 상대방이 됐고, 골드만삭스는 이런 사실을 숨긴 채 CDO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월스트리트에 대한 전면 조사 확대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데다 글로벌 금융규제 강화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키코(KIKO)' 사태와 유사한 점이 많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고 본다. 키코의 경우 중소기업들은 은행과 거래를 했지만 은행은 다시 외국계 은행들과 반대 매매를 해 환율 상승에 따른 최종 수혜자는 키코를 설계한 배후의 외국계 은행일 때가 많았다.

물론 골드만삭스는 제3의 업체가 상품을 설계한 것처럼 위장하다 사기혐의가 적용됐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키코와는 다르다. 그렇지만 국내에도 파생상품 거래가 늘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의 영향과 파장을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한 점은 이번 일을 계기로 글로벌 금융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주말 라디오 연설에서 "파생상품 규제가 빠진 금융규제 개혁 법안에는 서명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키우자며 1년 전 자본시장법을 출범시킨 우리로서는 이런 움직임이 다소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다. 우리에게는 투자은행 육성이 시급한데다 파생상품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국은 금융회사의 모럴해저드를 막고 투자자 보호 장치는 강화하되, 그것이 금융산업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업계 역시 미국 투자은행들의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