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의 용적률과 무상지분율로는 재건축 대박 신화를 지속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규모 수익을 안겨준 강남구 도곡주공1 · 2차, 영동주공1~3단지,송파구 잠실 주공 1~4 단지 시영,서초구 반포주공 2 · 3단지 등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사두기만 하면 수억원부터 많게는 10억원 이상을 남겼던 시대가 다시 오기 힘든 것은 물론 마이너스 수익까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너스 수익률 시대 오나

대기업 전무인 A씨는 2004년 4월께 서초구 반포주공2단지 58㎡(18평형)를 5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113㎡(34평형)를 배정받고도 4000만원을 되돌려 받았다. 실제 투자액이 5억4000만원이었던 이 아파트의 요즘 시세는 15억5000만원 선이다. 6년 만에 1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긴 셈이다.

재건축 아파트를 분양받아도 거액을 남기기는 마찬가지였다. 반포자이 116㎡의 분양가는 11억6000만원대였지만 현재 15억원 전후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평가이익은 3억4000만원 정도로 계산된다.

재건축 아파트를 사두면 고수익을 얻던 시대는 반포지구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고덕주공2단지 42㎡(대지지분 20.23평)를 지난 1월에 샀다고 가정해 보자.직전 고점이었던 1월 실거래가는 6억원이었다. 무상지분율이 137%로 결정되면 91㎡(27.7평)를 받는다. 112㎡(34평형)를 배정받으려면 1억2000만원 정도(조합원 분양가 3.3㎡당 2000만원 가정)를 추가로 내야 한다. 총 투자비는 7억2000만원이다.

현재 재건축을 마친 인근 고덕주공 1단지의 동일 평형은 7억5000만원에도 미분양 상태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분양수익 감소로 무상지분율은 120%대로 낮아진다"며 "투자원금은 커녕 수천만원씩 손해 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에도 충격 미칠 듯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은 부동산 시장을 이끌어온 주도주로 꼽힌다.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설때 가장 먼저 오른다. 그 뒤를 강남지역 일반 아파트와 목동 및 분당지역 아파트 등이 잇는다. 재건축 아파트는 분담금 폭탄과 용적률 하향조정 등으로 주도주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만족할 만한 투자수익률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주도주가 힘을 못쓰면 다른 아파트들도 상승 동력을 찾기 어렵고, 부동산 시장 침체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전체 집값이 한 단계 더 뛰거나 용적률 상향조정,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큰 폭의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재건축 급매물을 공략할 경우 시공사 간 경쟁으로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는 단지로 투자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 장기화도 우려

추가 분담금 폭탄은 재건축 사업을 더디게 만드는 악재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조합원 추가 분담금 규모를 둘러싸고 조합 측과 비상대책위원회가 법정 공방을 벌여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서울 가락시영아파트 사례가 일반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익성 저하는 조합원 간 내분을 불러 일으켜 사업을 장기 표류하게 만들 수 있다.

고덕주공 2단지에선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장 퇴진을 위한 조합원 총회 개최와 5월1일 시공사 선정 총회 저지를 위해 18일 긴급 모임을 가졌다.

한 조합원은 "조합 측이 워크아웃 경험이 있는 건설사나 비상장사 등을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해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일부 건설사가 다른 단지 수주를 대가로 들러리를 섰다"고 주장했다. 5~6월 중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인 6 · 7단지 등은 입찰에 제한을 두지 않을 방침이어서 여기서 무상지분율이 높게 나오면 2단지 주민들의 반발과 사업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고덕주공2단지 조합 관계자는 "일부 조합원들이 용적률 등 객관적인 현실을 무시한 채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