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출신 공공기관 CEO 잘 나가는 이유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3개 공기업 중 8곳서 새 바람
● ETRI기술지주 박기순 사장 : 신기술 상업화 능력검증
● LH 이지송 사장 : 통합ㆍ조직갈등 해소 적임
● 국제공항공사 이채욱 사장 : 글로벌 시장 풍부한 경험
● 한국거래소 김봉수 사장 : 인원 10% 줄여 효율 제고
● ETRI기술지주 박기순 사장 : 신기술 상업화 능력검증
● LH 이지송 사장 : 통합ㆍ조직갈등 해소 적임
● 국제공항공사 이채욱 사장 : 글로벌 시장 풍부한 경험
● 한국거래소 김봉수 사장 : 인원 10% 줄여 효율 제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최근 신설을 앞둔 기술지주회사의 초대 사장을 공모하면서 자격조건을 '기업인 출신 또는 벤처사 임원 등'으로 못박았다. 관료 출신이나 정치권에 줄을 댄 인물은 원천 배제한 것.
17 대 1의 경쟁 끝에 지난 15일 LG전자 임원과 벤처기업 대표 등을 지낸 박기순씨가 신임 사장으로 뽑혔다. ETRI 관계자는 "기술지주회사는 신설 회사인 데다 기술을 상업화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에서 검증된 경영자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공기업 '사령탑'에 민간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득세하고 있다. 주요 공기업(시장형 및 준시장형) 23곳 중 민간 CEO 출신은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 8명에 달한다. 참여정부 말에는 민간 CEO 출신이 3명에 불과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민간 출신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첫째,신규 사업 추진이다. 기존 사업만 하는 것보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민간의 경영 마인드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한 해 4조4000억원에 달하는 연구개발(R&D) 전략을 총괄할 전략기획단장으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 고문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음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꼽을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채욱 전 제너럴일렉트릭(GE)코리아 회장을 사장으로 선임한 뒤 사업 영역을 해외공항 운영 컨설팅으로 확대했다. 이라크 아르빌공항이 대표적이다. 현대자원개발 대표를 지낸 주강수 사장도 40여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 자원개발 현장을 누비고 있다. 지난해 이라크 주바이르 유전과 바스라 유전 입찰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러시아 가스전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셋째,통합과 구조조정의 리더십도 민간 출신이 돋보이는 게 장점이다.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단적인 예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합쳐진 LH공사는 군살 빼기와 통합에 따른 조직 갈등 해소라는 이중 과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2003년 워크아웃 상태인 현대건설을 3년 만에 정상화시킨 경험을 갖고 있는 이 사장은 취임 후 LH공사 인력의 25%인 500명을 지역본부 등 현장에 분산배치하고 중복사옥을 지역별로 통합한 뒤 남는 사옥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영 효율성 제고다. 이는 대부분 민간 CEO 출신 공기업 사장에게 기대되는 역할이기도 하다. 민간의 경영 마인드를 공기업에 접목해 '철밥통'을 깨자는 것이다. 한국거래소(KRX)는 지난해 12월 김봉수 키움증권 부회장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김 이사장은 취임 후 본부장의 절반,팀장급의 40%를 교체하고 5개 부서 15개팀을 없애 정원의 10%를 축소했다. 임직원 급여도 5% 삭감했다.
지난해 초 공개경쟁 보직제도를 도입해 팀장급 이상 직원 40%를 물갈이한 한전과 최근 '무임승차자 퇴출'을 골자로 하는 성과형 임금제를 도입한 석유공사의 파격 행보도 민간 출신 CEO가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나눠먹기식 보수체계와 연공서열식 인사제도 철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기존 조직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참신하고 전문적인 민간 출신 CEO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 com
17 대 1의 경쟁 끝에 지난 15일 LG전자 임원과 벤처기업 대표 등을 지낸 박기순씨가 신임 사장으로 뽑혔다. ETRI 관계자는 "기술지주회사는 신설 회사인 데다 기술을 상업화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에서 검증된 경영자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공기업 '사령탑'에 민간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득세하고 있다. 주요 공기업(시장형 및 준시장형) 23곳 중 민간 CEO 출신은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 8명에 달한다. 참여정부 말에는 민간 CEO 출신이 3명에 불과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민간 출신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첫째,신규 사업 추진이다. 기존 사업만 하는 것보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민간의 경영 마인드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한 해 4조4000억원에 달하는 연구개발(R&D) 전략을 총괄할 전략기획단장으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 고문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음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꼽을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채욱 전 제너럴일렉트릭(GE)코리아 회장을 사장으로 선임한 뒤 사업 영역을 해외공항 운영 컨설팅으로 확대했다. 이라크 아르빌공항이 대표적이다. 현대자원개발 대표를 지낸 주강수 사장도 40여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 자원개발 현장을 누비고 있다. 지난해 이라크 주바이르 유전과 바스라 유전 입찰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러시아 가스전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셋째,통합과 구조조정의 리더십도 민간 출신이 돋보이는 게 장점이다.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단적인 예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합쳐진 LH공사는 군살 빼기와 통합에 따른 조직 갈등 해소라는 이중 과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2003년 워크아웃 상태인 현대건설을 3년 만에 정상화시킨 경험을 갖고 있는 이 사장은 취임 후 LH공사 인력의 25%인 500명을 지역본부 등 현장에 분산배치하고 중복사옥을 지역별로 통합한 뒤 남는 사옥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영 효율성 제고다. 이는 대부분 민간 CEO 출신 공기업 사장에게 기대되는 역할이기도 하다. 민간의 경영 마인드를 공기업에 접목해 '철밥통'을 깨자는 것이다. 한국거래소(KRX)는 지난해 12월 김봉수 키움증권 부회장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김 이사장은 취임 후 본부장의 절반,팀장급의 40%를 교체하고 5개 부서 15개팀을 없애 정원의 10%를 축소했다. 임직원 급여도 5% 삭감했다.
지난해 초 공개경쟁 보직제도를 도입해 팀장급 이상 직원 40%를 물갈이한 한전과 최근 '무임승차자 퇴출'을 골자로 하는 성과형 임금제를 도입한 석유공사의 파격 행보도 민간 출신 CEO가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나눠먹기식 보수체계와 연공서열식 인사제도 철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기존 조직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참신하고 전문적인 민간 출신 CEO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