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볼리비아 금광 개발에 뛰어든 대기업 계열 D사.4년반 동안 60억원가량 쏟아부었지만 별 소득 없이 사업 포기를 선언하고 말았다. 매장량이 당초 기대에 한참 못 미친 데다 때마침 볼리비아에 '자원민족주의'가 득세하면서 국유화 위험이 커지자 결국 두 손을 들어버린 것.

국내 기업들이 최근 자원개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정부와 공기업,민간기업이 올해 해외 자원개발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120억달러로 지난해(67억달러)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자원개발은 리스크가 큰 사업으로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높아 주의가 요망된다.

지식경제부는 역대 해외 광물자원개발 투자실적을 분석한 결과 실제 자금이 투자된 270개 사업 중 성공한 경우는 17개(6.3%)에 불과한 반면 실패 사업은 100개(37.0%)에 달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실패 확률이 성공 확률보다 6배 가까이 높다는 얘기다. 나머지 153개 사업은 '진행 중'이어서 성공이냐 실패냐를 단정짓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조사-개발-생산으로 이어지는 자원개발 단계 중 '조사단계'부터 투자된 160개 사업 가운데 실제 생산까지 이어진 경우는 10개(6.3%)에 불과했다. 개발단계에 자금이 투입된 89개 사업의 경우 23개(25.8%)가,생산단계에 투자된 21개 사업 중에선 15개(71.4%)가 각각 생산에 돌입했다.

권순진 광물자원공사 개발기획팀장은 "자원개발 사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투자자가 철저한 타당성 검토 없이 조급하게 사업에 뛰어들기 때문"이라며 "자원개발 사업은 원래 실패 확률이 높은 데다 국내 기업들은 사업 경험조차 짧아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해외자원 개발은 탐사에서 생산까지 통상 10년 이상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장기간 사업 리스크와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조사단계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한편 민간에서도 탐사 수준과 타당성 검토 능력을 높이기 위한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우라늄 유연탄 철 동 아연 니켈 등 6대 전략광물의 자주개발률은 25.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2.0%포인트 상승했다. 자주개발률은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생산하는 광물의 양을 국내 사용량과 비교한 것으로,에너지 자립도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신규 광산 지분인수와 기존 광산의 생산확대로 대부분 광물의 자주개발률이 상승했다. 특히 원자력발전의 연료로 쓰이는 우라늄의 경우 지난해 캐나다 데니슨의 생산사업 지분을 인수하면서 최초로 자주개발에 성공했다. 반면 동(銅)의 경우 생산량 감소로 자주개발률이 10.0%에서 5.1%로 떨어졌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