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로 대박을 터뜨리는 시대가 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재건축 때 가능한 건축면적을 제한하고 있는 데다 새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내야 하는 추가 분담금이 예상치를 1억원 이상 웃돌아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의 유망 재건축 투자처로 꼽혀온 강동구 고덕주공 2단지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해 입찰제안서를 받은 결과 가장 높은 무상지분율(추가 분담금 없이 갈 수 있는 면적비율)이 137%에 그쳤다. 이는 2002년 1차 시공사 선정 때 건설사들이 제시한 145%는 물론 조합원들이 기대하는 150%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무상지분율은 120%대로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격이 비쌌던 올해 1월과 2006년 말 고덕주공 2단지 아파트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이익을 남기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42㎡(13평형) 소유자가 재건축 후 112㎡(34평형)를 배정받을 경우 투자비는 매매가 6억원에 추가 분담금 1억2000만원을 더한 7억2000만원이다.

하지만 재건축을 마친 고덕주공 1단지의 같은 평형은 7억5000만원에 장기 미분양 상태다. 이자 ·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제로(0) 이익'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무상지분율이 120%대로 낮아지면 마이너스 수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만여채의 재건축을 추진 중인 고덕지구 9개 단지는 2단지에서 이처럼 낮은 무상지분율이 나오자 충격에 빠졌다. 고덕지구 인근 S공인 대표는 "고덕시영,고덕주공 3단지 등도 지분에 별 차이가 없어 추가 분담금 우려로 술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과천시 중앙 · 별양동 일대 주공아파트 8개 단지도 재건축 때 아파트를 늘려 지을 수 있는 면적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작년 집값 급등 때 매입한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높은 분담금 때문에 조합원들이 2년째 소송 중인 송파구 가락시영 아파트도 '분담금 폭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이 같은 악재로 추가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천 재건축 아파트는 최근 1주일 동안 5000만원 이상,고덕주공 아파트도 올해 초 대비 5000만~1억원 낮아졌으나 급매물만 쌓이고 있다.

부동산컨설팅 업체인 나비에셋의 곽창석 사장은 "최근 두 달 새 투자심리 위축으로 1차 조정을 받은 재건축 아파트가 분담금 악재로 2차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며 "시세를 이끌어온 재건축 아파트 하락세가 부동산 시장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