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에 유망한 부동산 상품은 '서울 강남 블루칩 아파트'가 아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강남 불패신화'의 위상도 취약해질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 전문가 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동산 시장 긴급점검 설문'을 19일 분석한 결과 응답자들은 △토지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역세권 소형아파트 등으로 투자 포커스를 돌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 꿈'부터 깨라

향후 투자유망한 상품으로 '강남 등의 블루칩 아파트'를 꼽은 전문가들은 11.1%(5명)에 그쳤다. 이는 '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형주택'(13.3%,6명)보다 낮은 응답이다. △토지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의 유망성을 거론한 전문가는 각각 24.4%(11명)로 가장 많았다.

실제 강남을 대표하는 아파트 매매가는 최근 들어 급작스럽게 하락세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서초구 서초동 반포자이의 경우 지난 1월 30억5000만원(5층)에 거래된 전용 245㎡형이 3월엔 8억원 가까이 떨어진 22억2000만원(5층)에 매매됐다. 강남구 도곡렉슬 전용 60㎡형도 지난 2월 8억3000만원(12층) 하던 것이 불과 한 달 만에 7억1500만원으로 1억원 넘게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강남 집값 하락세가 단기 현상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정재훈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 PB는 "강남 아파트값이 등락할 수는 있지만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 어느 정도 진행될 것"이라며 "그린벨트 해제,4대강 살리기 사업,보금자리주택용 토지보상금 등으로 토지시장의 투자여건이 호전될 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무주택자는 기다려라

'지금이 집을 살 때인가,팔 때인가'라는 질문에 '무주택자라면 집값 바닥이 확인될 때까지 기다릴 것'을 당부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29명(64.4%)이 이같이 답해 '무주택자라면 집을 살 때'라고 본 전문가(16명,35.6%)를 훨씬 웃돌았다.

매수 대기 의견은 시장 전문가들로부터 많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의 여파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서두를 필요가 없으며 기존 주택을 산다면 고점에서 20~30% 떨어진 매물을 잡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무주택자들이 보금자리주택 당첨만 염두에 두고 유망 택지지구 분양에도 뛰어들지 않아 광교신도시 등도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고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연말까지 하락…안정세 유지

전문가들은 '현재 집값 수준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31명(68.9%)이 '약간 거품이 낀 상태'라고 답했다. 이런 시각으로 최근의 집값 하락세를 '대세하락'(10명,22.2%)이라기보다 '일시적 조정'(33명,73.3%)으로 분석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다만 현재의 집값 하락세가 '올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이란 응답이 22명(48.9%)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집값 하락세가 멈춘 뒤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 또한 적게 봤다. '장기 안정세 유지'에 19명(42.2%)이 손을 들었다. '급등 가능성이 없다'에도 11명(24.4%)이 동의했다.

최근의 아파트 거래 건수와 가격 추이도 이 같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 신고분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 건수는 전달에 비해 11.5% 늘어난 반면 아파트 실거래가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하락했다. 소경용 대우건설 주택사업담당 상무는 "가격 하락 뒤 장기간 집값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송명규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집값 지불 능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이미 집을 갖고 있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으로 집매물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장기간 약세 내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위례 및 도심재개발 등 주목

연내 추천할 만한 신규분양 단지는 위례신도시(31명,34.4%),서울도심 재개발(30명,33.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광교신도시를 꼽은 전문가도 18명(20%)에 달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위례신도시는 기존 도심과 가장 인접해 있고 주변에 대규모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며 "강남 아파트가 갈수록 노후화하고 있어 대기 수요가 풍부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분양시장 침체 원인으로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주택 단기 집중공급'(복수 응답,31명,34.4%)을 가장 많이 꼽았다.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에 대한 규제완화가 필요(26명,57.8%)한 만큼 총부채 상환비율(DTI) 등이 완화돼야 한다(26명,57.8%)는 의견도 많았다.

장규호/김재후/이승우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