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생방송으로 진행한 라디오 · 인터넷 연설에서 천안함 침몰로 희생된 장병 46명을 일일이 호명했다. 원고 준비 과정에서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추도의 뜻을 절절하게 담으려는 취지에서 녹음이 아닌 생방송을 택했다.

이 대통령은 "가슴이 터지는 듯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무한한 책임과 아픔을 통감하며 사랑하는 장병들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불러본다"면서 이창기 원사부터 장철희 이병까지 한 명씩 차례로 거명했다. 목이 메는 모습을 보이다가 "편안히 쉬기를 바란다. 명령한다"는 대목에서 결국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이 대통령의 연설 포인트는 세 가지다. 추도,단호한 대응,안보시스템 재정비 등이다. '눈물 추도'는 이내 비장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에게 약속한다. 대통령으로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끝까지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그 결과에 대해 한치의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이 이어졌다.

물론 신중 기조는 여전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외교안보자문단 오찬간담회에서 "G20정상회의,핵안보정상회의를 여는 등 책임있는 국가가 됐기 때문에 심증만으로 목소리를 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강공 쪽으로 대응의 틀 전환을 예고하는 분위기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예단을 앞세우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에 대비,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조용한 목소리로 한다고 해서 단호한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

단호한 대응을 위해 더 확실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단은 안 된다'고 하지만 점점 북한에 초점을 맞추는 형국이다. 정부는 북한 개입 사실이 드러날 경우 유엔안보리 회부를 비롯한 다각도의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사고 원인에 대한 1차적 정리가 되면 대국민담화 형태의 입장을 표명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강한 군대는 강한 무기뿐 아니라 강한 정신력에서 나온다. 무엇이 문제인지 철저히 찾아내 바로 잡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안보자문단 간담회에서도 안보체계 재점검을 언급했다. 군내 인적 쇄신은 물론 안보시스템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혁신 작업이 뒤따를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