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는 암 때문이 아니라 굶어서 죽는다. "

이 같은 암 전문의들의 견해가 통계로 입증됐다. 우리나라 암 환자 3명 중 2명이 영양불량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 위경애 임상영양실장과 서울대 보건대학원 정효지 교수는 지난해 국립암센터에 입원한 환자 1만4678명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한 결과 암 환자의 34.7%가 '심한 영양불량',30.1%가 '경증 영양불량'으로 나타나 총 64.8%가 영양결핍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19일 밝혔다. 영양 상태가 양호한 환자는 나머지 35.2%에 그쳤다.

심한 영양불량 상태는 이상적인 체중 대비 몸무게가 80% 미만이거나 영양상태의 지표인 혈청 알부민과 총 림프구 숫자가 각각 ㎗당 2.8g 미만,㎣당 1200개 미만인 상태를 가리킨다. 경증 영양불량은 이상 체중에 대한 비율이 80~90% 범위이거나 혈청 알부민 2.8~3.3g/㎗,총 림프구 수가 1200~1500/㎣,치료식을 먹는 경우를 말한다.

국내에서 다발하는 6대 암 환자(8159명) 가운데 간암과 폐암 환자의 영양불량 비율이 각각 87.3%,71.1%로 가장 높았고 위암(70.3%),자궁경부암(61.4%),대장암(60.6%),유방암(46.1%) 순이었다.

위 실장은 "기존의 여러 외국논문을 종합해보면 환자의 20~50%는 질병 자체보다 영양불량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암환자를 잘 먹이는 것은 암세포에게 영양을 공급해주는 것'이라거나 '고기는 무조건 먹어선 안 된다'는 등의 근거 없는 속설이 퍼져 있다.

그는 "암환자의 영양관리를 환자 가족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일본에선 영양불량 상태의 암환자를 찾아내 적극적으로 영양을 공급해주고 있다"며 "적극적 영양관리로 항암치료 효과와 생존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