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GM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부품 전문업체인 만도(대표이사 변정수)가 증시로 돌아온다.
외환위기 이후 자금난 등에 시달리다 2000년 한라그룹으로부터 선세이지(Sunsage B.V.)로 매각된 뒤 꼭 10년 만이다.

한라그룹은 만도를 되찾아 오기 위해 2008년 1월 선세이지와 지분인수를 위한 사전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두 달 뒤 세계 100대 자동차부품 업체인 만도를 다시 품에 안았다.

◆5월19일 거래소 상장…인기도 예상 26일부터 '가늠'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만도는 지난주말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각각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를 제출했다.

만도는 이 자료를 통해 국내외 기관투자자 등을 상대로 다음달 4일과 6일 양일에 걸처 수요를 예측, 1주당 공모가격을 최종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도의 공모가격을 가늠할 수 있는 시장의 '인기도' 예측은 오는 26일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의 수요예측 기간이 5월 4일부터 개시되지만, 또 다른 대표주관사인 JP모간증권사가 4월 26일부터 5월 6일(한국시간)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만도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 주식수는 한라그룹 및 KCC 등이 보유한 구주매출 393만1098주(지분 65.5%)와 신주 206만8902주(34.5%)를 합쳐 모두 600만주이다. 상장예정 주식수는 약 1821만주.

상장 이후 일정기간 처분할 수 없는 보호예수물량은 약 1219만주로 집계됐다.

정몽원 회장과 특수관계인 2인, 자사주 물량 등(858만5817주)은 상장일로부터 6개월간 보호예수 될 예정이고, KDB PEF 등 3곳의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중인 주식(361만8831)도 상장 이후 3개월간 보호예수 된다.

만도의 예정공모가는 1주당 7만5000원에서 9만원 사이다. 공모금액도 최소 4500억원에서 최대 5400억원 가량이 되는 것이다.

◆공모가 짐작 가능한 '수요예측' 과정은?

만도의 주식가격은 오로지 기관투자자들에게 달렸다.

상장 공모를 위한 공모가격은 통상 '수요예측'에 의한 방법에 따라 결정된다.

수요예측이란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한 뒤 인수가격 등을 일괄 제출받아 대표주관회사와 발행회사가 최종 협의해 공모가격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격이 정해지면 확정된 공모가격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질적인 측면(운용규모, 투자성향, 공모 참여실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물량이 배정된다.

이 때문에 만도의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기관들은 인수가격을 높게 책정, 결국 공모가격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만도의 수요예측에서 특히 주목할 점이 있다. 인수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금액만 제시하는 참여방법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금액만 제시한 기관투자자는 어떠한 확정공모가격에도 제시한 금액을 확정공모가격으로 환산한 수량 만큼 배정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간주된다.

만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가 희망수량만 기재해도 마찬가지로 당초 제시한 물량을 모두 가져가겠다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여 질 것"이라고 전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의 신청수량은 아직까지 정해진 게 없다. 한 기관이 전체 수량에 해당하는 360만주를 모두 배정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매출 2조7000억…순이익 1000억대 '지속'

만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동, 조향, 현가장치 등 섀시시스템을 일괄 생산하는 업체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주거래처이며, GM이 2대 거래처다.

이 회사의지난해 영업실적은 매출액 2조7270억원(연결기준)으로 3조원에 육박한다. 한라그룹으로 재인수되기 직전인 2007년에도 2조223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었다.

2009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770억원과 1090억원을 달성했다. 순이익의 경우 전년대비 600억원 이상이 급증한 것이다. 2009년말 현재 총자산은 2조2140억원, 자기자본은 8910억원이다.

만도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ABS(Anti-lock Brake System 미끄럼 방지 제동장치)에 이어 ESC(Electronic Stability System 주행 안정성 제어장치), EPS(Electric Power Steering 전기모터 구동식 조향장치)를 국산화하는데 모두 성공했다.

최근에는 운전자가 기어조작만 해주면 자동으로 주차를 해주는 SPAS(Smart Parking Assist System 자동주차 시스템)도 국내 최초로 만들었다.

만도 관계자는 "증시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오는 19일부터 국내 주요 기관 및 애널리스트를 만나 사업현황과 비전을 소개하고, 동시에 해외 로드쇼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주부터 뉴욕, 런던,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홍콩, 싱가폴 등의 주요 투자자들을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이어 그는 "한라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잠재된 불안요소를 제거하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며 "이번 상장을 통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거듭 나 투자자들에게도 인정받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