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골드만삭스의 피소 여파로 급락하고 있다.

연초 국내증시를 괴롭혔던 금융규제 악몽이 되살아나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데 따른 것이다. 금융지주회사의 투자행위를 제한하는 오바마 정부의 '볼커 룰'이 생환한 셈이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시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과열 신호와 함께 익숙한 악재들이 재등장하면서 시장의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다만 지난 1월 국내증시의 조정빌미를 제공한 미국의 금융규제안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배영성 현대증권 연구원은 "골드만삭스의 피소는 이미 알려진 악재인 데다 정치적 문제와 연관돼 있어 과대 평가할 필요는 없다"면서 "단기적으로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인 악재는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지난주말 미국증시 급락도 '골드만삭스 쇼크' 뿐만 아니라 인텔의 호실적으로 주가가 먼저 오른 상태에서 주후반 구글의 실적둔화가 치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배 연구원은 "국내증시 역시 지난 1분기 실적호전 기대가 선반영돼 급등한 상황에서 미국 금융규제안이 조정의 빌미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이번주 국내외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집중돼 있어 단기변동성은 있겠지만 먼저 조정을 받은 만큼 반등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 이후 정보기술(IT)과 자동차가 조정을 받고 있는 만큼 통신이나 유틸리티, 턴어라운드 기대가 커진 해운, 그동안 악재로 크게 못오른 건설주 등 방어적 업종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골드만삭스 문제가 국내증시의 단기 조정 빌미는 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지수 1600선 중반 정도까지 하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난 1월 미국 금융규제법안 여파로 짧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00포인트 가까이 조정을 받았던 당시 대형악재와 같은 성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를 사기 혐의로 제소한 것은 파생상품 거래의 구조적 문제뿐만 아니라 내부자거래 혐의까지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이 같은 불똥이 다른 기업에까지 옮겨붙을 가능성도 있어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이미 시장에 알려진 이슈여서 지난 1월과 같이 대형악재로서 국내증시에 충격을 줄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이라며 "단기 조정 가능성은 열어두되 최근 급등에 따른 부담을 털어내는 계기로도 생각할 수 있는 만큼 코스피지수 1600선 중반까지는 기회로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화 환율의 단기적인 반등세에도 불구하고 원화강세 기조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을 감안하면 수출주에 대한 대응은 향후 업황 호조세의 지속 여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주 수출주에 대한 시장대응은 최근 숨고르기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반도체주 및 수주모멘텀 강화와 저가메리트를 보유하고 있는 조선주에 대한 매수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수익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철강 및 자동차주에 대해서는 비중축소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인 원화강세 기조의 정착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해운이나 항공, 유화 등 원화강세 수혜주에 대한 분할매수 대응도 유리한 국면"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