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정비구역의 지정 및 고시 전에 설립된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후 전국 각지의 추진위들이 술렁대고 있다. 이 판례 전에는 '정비구역 지정 전이라도 추진위 승인 가능'이라는 취지의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있었으나,대법원 판결 후에는 정비구역 지정 전에 이뤄진 서울 중구의 추진위 설립승인처분을 취소하는 판례(서울행정법원 2009년 12월 선고)가 나오는 등 그 파장이 하급심에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정비구역 지정 전에 설립된 추진위가 전국에 300여곳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제1별관에서 개최한 '재건축 · 재개발 사업에 대한 최근 판례의 동향 및 이에 대한 대처 방안' 세미나에서 추진위 설립승인처분 취소와 관련해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업계 관계자들에게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태평양 건설부동산금융부 부서장을 맡고 있는 김성진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의 경우와 대도시 추진위의 사례는 다르기 때문에 이 차이를 부각해서 1심에서 승소할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평양 측은 추진위 설립승인이 문제가 될 경우 대응 방안에 대해 △대법원 판결의 대상이 된 원주시와 달리 대도시에는 정비기본계획이 있다는 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무효가 아닌 취소사유에 불과하다는 점 △법원이 무효라고 볼 경우 정비구역지정 다음에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추진위 설립 동의서를 받아 변경승인 받기(조합설립 전) △조합설립에 대한 동의에 기존 추진위의 존재를 인정하고 업무처리를 위임한다는 취지가 포함된 점 등을 제시했다.

태평양의 박철규 변호사는 "원주시의 경우 정비기본계획이 수립돼 있지 않은 반면 대도시의 추진위들은 기본계획을 수립한 상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도시정비법 개정 전에는 추진위원회 설립 시기가 명시돼 있지 않았고,국토해양부 업무처리지침이나 옛 서울시 조례를 보면 정비구역 지정 전에도 추진위 설립이 가능하다고 한 점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중대한 하자가 있어야 무효가 되는데 대도시 추진위들은 시 조례나 상위 행정기관의 지침이 있었으므로 명백한 하자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무효가 될 경우 대처 방안은 조합설립 전과 후로 나눠 소개했다. 올해 2월 서울행정법원에서는 '무효인 추진위원회가 주체가 돼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한 하자가 존재하므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는 판례가 나온 상태다.

박 변호사는 "조합설립 전에는 추진위원회 변경승인을 받는 방법이,설립 후에는 동의서에 추진위원회 설립에 대한 동의 의사가 포함돼 있고 조합설립인가에 추진위에 대한 설립승인이 포함됐다는 대응 논리가 있다"고 전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