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른 재무제표 작성 방식을 대폭 수정할 방침이다.

데이비드 트위디 IASB 위원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영업이익 항목을 포괄손익계산서에 기재하고,기존 대차대조표 현금흐름표 손익계산서 등의 상호작용과 흐름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회계장부 작성 방식을 담은 공개 초안을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IFRS 재무제표에 영업이익을 기재하지 않는 데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한국에서 통용되는 개념과는 약간 다르겠지만 영업이익을 표시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트위디 위원장은 "자회사 지분율이 20%에 그쳐도 지배관계가 뚜렷할 경우 모회사와의 연결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한국 대기업이 많이 채택하고 있는 지주회사 체제의 자회사들은 지분율이 50% 미만이어도 연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IASB는 다음 달 초 개정 초안을 내놓고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6월까지 확정할 예정이다. 개정안 적용 시기는 각국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한국에선 영업이익이 기업경쟁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영업이익만 좋다면 순이익이 적자여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IFRS에서는 영업이익 산출을 의무화하지 않아 거부감이 크고 우려도 많다.

"그런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영업이익'을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재무제표 작성방식에 대한 연구와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다음 달 공개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존 장부 작성방식과 차별화된 새로운 형태가 될 것이다. 재설계(리디자인)라 부를 정도로 많은 변화를 포함하고 있다. "

▼지금 말한 영업이익이 한국에서 통용되는 '주된 사업에서 창출한 이익'이란 개념과 다른 것인가.

"한국에서 영업이익을 어떻게 산출하는지 정확히 몰라 차이를 말하기는 어렵다. IFRS의 영업이익에는 사업 부문에서 얻은 수익 외에 투자수익과 거래(트레이딩)수익 등이 포함된다. "

▼다른 항목들도 많이 바뀌는 건가.

"새로운 재무제표는 재무상태표,포괄손익계산서,현금흐름표라는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각각의 정보는 사업활동과 재무활동으로 구분하고,사업활동은 다시 영업활동과 투자활동으로 세분화하게 된다. 새로 제안하는 양식은 대차대조표,현금흐름표,손익계산서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도록 배열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는 대차대조표가 현금흐름표에 미치는 영향과 현금흐름이 다시 손익계산서에 미치는 영향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양식으로,지금까지 봐온 재무제표와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새로운 방식의 포괄손익계산서를 보면 영업과 투자,장기 보유자산에서 발생하는 손익 상황을 손쉽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

▼개정안은 어떤 절차를 거쳐 언제 확정되나. 한국 기업들은 다시 준비해야 하나.

"준비 중인 안은 미국 회계기준위원회(FASB)와 공동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주요 국가들이 전부 동일한 양식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공개초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내년 6월까지 개정안을 완료하기로 미국 측과 합의했다. 바뀐 기준의 적용시점은 각국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할 것이다. 필요하면 2011 회계연도부터 적용할 수도 있고 2013,2014년 등으로 각국 상황에 맞춰 도입할 수도 있다. "

▼개선안은 어떤 동기에서 시작됐나. 미국과 유럽이 오랫동안 추진해 온 '전 세계 단일의 고품질 회계방식' 제정과 연계된 것인가.

"그렇다. 미국과는 매달 한 번씩 만나고 화상회의도 수시로 한다. 미국도 기존 회계방식(US-GAAP)이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아 변화를 원하고 있다. 우리쪽 투자자들도 재무제표 양식을 확대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 회계기준은 1만7500쪽에 달할 만큼 방대한 데 반해 IFRS는 2500쪽으로 단순한다. 양측 요구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

▼하지만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뒤 부시 행정부 때보다 IFRS 도입에 부정적인 인상인데.

"미국은 IFRS 채택 로드맵을 이미 내놓은 상태다. 지금까지 117개국이 IFRS를 도입했다. 한국이 내년부터 본격 적용키로 해 인도와 일본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은 2012년에 결정할 예정이지만 내년부터 조기 적용하는 대기업이 급증해 사실상 IFRS를 도입했다고 봐야 한다. 또 캐나다가 내년,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멕시코는 2012년에 합류한다. 결정을 안 한 나라는 미국이 유일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제에서 압도적인 입지가 줄어드는 점을 미국 스스로도 느끼고 있어 결국 도입할 것이다. 내년 6월 도입을 결정하고 적용시기는 2015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본다. "

▼양자 간 협상의 여러 이슈에 대해 미국이 강경한 입장이라던데 어떤 쟁점이 있나.

"9개 쟁점이 있고 그 중 공정가치,연결 등을 포함한 대부분에서 합의가 이뤄져 곧 기준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쟁점은 금융상품에 대한 부분이다. 우리가 금융상품 분류와 평가에 대해 작년 12월 새로운 기준인 'IFRS 9번'을 내놨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기준만 있다. 하나는 상각 후 원가로 평가하는 금융상품으로 대출과 채권처럼 명확한 원금과 이자계산이 가능한 상품이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유동화 목적으로 보유하는 금융상품인데 이들은 공정가치로 평가하도록 분류했다. 이처럼 IFRS는 두 기준을 모두 인정하지만,미국은 공정가치평가를 금융상품에 대한 평가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상각 후 원가평가를 인정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둘 사이에서 중도적인 답을 찾겠지만 그게 어려울 땐 차선책으로 한 쪽을 완전히 채택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

▼IFRS는 '원칙 중심'이고 미국 회계기준은 '규정 중심'인데 중도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나.

"두 기준을 모두 대체하는 새로운 방식을 협의 중이지만 원칙중심주의 자체는 견지하게 될 것이다. "

▼IFRS는 지분율 50%를 웃돌거나 사실상 지배하는 자회사를 연결대상으로 삼는데,지분율 30~40%인 경우엔 다 빠져도 괜찮나.

"그런 관행은 멈춰져야 한다. '50% 룰'은 미국 법에서 나온 발상인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구체적인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분율이 30~40%라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면 연결돼야 한다고 본다. 실질적인 지배를 판단하는 기준은 자회사의 자산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가,정책을 바꿀 힘이 있는가,이사진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이 있는가 등 세 가지 요소다. 이 중 하나만 충족하면 지배한다고 봐야 한다. "

▼50%를 대체하는 새로운 연결대상 지분율 기준이 나오는 건가.

"지분율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컨트롤 하느냐 아니냐로 결정해야 한다. 20%로도 지배할 수 있지 않은가. 지주회사 체제인 한국 대기업 그룹들의 경우 자회사 지분율이 30~40% 수준이라면 당연히 연결돼야 한다고 본다. "

▼IFRS는 자율성을 강조해 기업간 실적비교 가능성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원칙중심 회계여서 그런 우려가 나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선 누구나 라이벌 기업과 비교당할 때 불리하게 평가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비슷한 회계정책을 채택할 것으로 본다. 업계 내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날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 항공사들은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도 했다. 또 감사법인들이 역할을 할 것이다. 너무 특이한 방법으로 회계처리할 경우 회계법인의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감사법인이 기업과 공모하는 경우가 있다면 각국 금융감독 당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마지막으로 정말 큰 차이가 있는 분야는 IASB가 개입할 것이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

백광엽/박민제 기자 kecorep@hankyung.com

●국제회계기준(IFRS)…내년까지 150개국 채택 전망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의 약자로,세계적으로 동일한 방식에 따라 기업의 경영성과를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진 회계기준이다. 117개국이 적용 중이며 내년까지 약 150개 국가가 채택할 예정이다. 규정 중심인 현행 회계기준과는 달리 '원칙중심'이며 주 재무제표로 연결재무제표를 사용하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국내에선 내년부터 전 상장사와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IFRS를 의무적으로 적용하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