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줄이 끊어질까. '
'건반 위의 사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오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그는 공연 도중 피아노 줄이 끊어질 정도로 강하게 건반을 내려치는 바람에 '괴력의 러시아인(The Mighty Russian)'이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다.
작년 5월 내한공연에서도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피아노 줄을 끊어버렸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이 5분 정도 진행됐을 때였다. 갑자기 일어나 피아노 내부를 들여다본 그는 'G음(솔)' 줄이 끊어진 것을 발견하고 재빨리 걷어냈다. 끊어진 줄 때문에 잡음이 났기 때문이다.
곡이 끝나자마자 예술의전당 조율사인 이종율씨가 15분 정도 새 줄로 갈아 끼운 뒤 라흐마니노프,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2번까지 연주를 마칠 수 있었다. 이종율씨는 "베레조프스키처럼 체구가 크고 힘이 센 피아니스트 공연 때 피아노 줄이 끊어지곤 한다"며 "특히 강한 타건을 요구하는 곡을 연주할 때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클래식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에서 연주 도중 피아노 줄이 끊어지는 것은 1년에 두세 번 정도.영화,드라마에서 스턴트용으로 쓰이는 특수강철선이지만 수만 번 타격을 받으면 끊어질 수밖에 없는 게 피아노 줄이다.
물론 조율사들은 연주회 전에 피아노를 30분에서 1시간 정도 점검한다. 그러나 육안으로는 피아노 줄 상태를 완벽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이씨는 "보통 고음에서 피아노 줄이 끊어지는데 베레조프스키 연주 때는 한 옥타브 반쯤 낮은 부분에서 끊어져 무척 놀랐다"고 했다.
예술의전당은 세계 최고의 피아노로 꼽히는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7대 구비하고 있다. 가장 비싼 것은 2억원을 훌쩍 넘는다. 피아노 줄은 고음 부분만 1년에 한 번 이상 교체한다. 비용은 50만원 정도.전체 줄을 가는 데는 500만원이 필요하지만 고음을 제외한 나머지는 20년 이상 사용한다.
피아노는 200개가 넘는 줄로 구성돼 있다. 음의 높낮이에 따라 줄 하나가 50~300㎏의 장력을 받는다. 전체 장력으로 치면 20t이 넘는다.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30t의 장력까지 견딜 수 있다. 건반마다 줄이 1~3개 달려 있고 3개 짜리는 하나가 끊어져도 소리를 낼 수 있다. 지난해 베레조프스키 연주 때 끊어진 줄만 빼내고 새 줄로 갈아끼우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